"일 즐기지 못하면 최고 못돼" .. 한국코닝 이행희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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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 자체를 즐기지 못한다면 남성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즐기면서 일해야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인정을 받게 됩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이 뽑은 '주목해야 할 아시아 여성 경제인 10인'에 한국인으로선 유일하게 들어간 이행희 한국코닝 사장(41).그는 사원으로 출발,입사 16년 만에 최고경영자(CEO)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을 이렇게 요약했다.
AWSJ는 31일 "한국에서는 외국 유명 대학이나 재벌 가문 출신이 아닌 '순수 국내파 여성'이 CEO에 오르는 일은 드물다"며 이 사장을 일본의 슈퍼마켓 체인 다이에의 하야시 후미코 CEO 등과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10명의 여성 경제인으로 선정했다고 소개했다.
이 사장과 한국코닝의 인연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숙명여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문화재관리국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좀 더 역동적인 일을 하기 위해 88년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한국 코닝에 말단 무역부 사원으로 들어갔다.
한국코닝은 통신용 광섬유 등을 생산하는 첨단 종합소재 기업인 미국 코닝의 한국 법인.공학도 출신이 아닌 이 사장은 영업을 잘하기 위해 잠잘 때를 빼고는 24시간 제품 설명서를 들고 다니며 외워버렸다.
"남성과 다르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주량이 소주 반 병밖에 안 되지만 영업상 룸살롱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술집 언니들이 더 좋아할 정도로 여성이란 사실을 아예 잊어 버립니다."
여성 기업인이었기에 겪었던 에피소드는 너무도 많다.
작년 초 골프장에서 처음 만난 파트너 회사측 임원이 "언니.뭐해.커버 벗겨줘.여긴 언니들 옷 너무 잘 입히나봐∼"라며 이 사장을 캐디로 오인한 것.이 사장은 "학연 지연으로 얽힌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성공하려면 사소한 일도 실수하지 않는 철저함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마케팅 과장·차장으로 일하던 시절 고려대에서 경영학 석사,숙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까지 땄다.
2001년부터 숙대 경영학부에서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다.
매일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골프 약속이 없는 주말에는 인라인스케이트나 수상스키,요가를 즐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거릿 휘트먼 e베이 사장을 포함,'세계에서 주목해야 할 여성 50인'을 발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지명자는 '정책 입안자' 부문에서 1위로 선정됐고 오프라 윈프리는 기업 소유주 가운데 영향력 1위로 꼽혔다.
유영석.허문찬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