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부터 우리나라에도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다. 시행 초기단계여서 대상 기업들은 여전히 신중한 반응이지만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들은 수십조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벌써부터 유치경쟁이 뜨겁다. 증권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내년 12조원,오는 2015년에는 19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때문에 증시는 퇴직연금이 주가를 한 단계 레벨업시킬 것이라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렇다면 퇴직연금제란 무엇이며 퇴직금제도와는 어떻게 다른가. ◆중도 인출 어렵지만 떼일 우려 없어=현행 퇴직금제도는 상시근로자 5명 이상인 사업장에서 1년 이상 일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근속연수 1년당 1개월치에 해당하는 임금 상당액을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퇴직금을 사내에 유보하거나 퇴직보험 등의 형태로 사외에 적립할 수 있지만 대부분 사내에 적립한다. 이 때문에 회사가 망하면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반면 퇴직연금제는 근로자가 매년 생기는 퇴직금을 회사가 아닌 자산운용사 은행 보험사 등 외부 전문회사에 적립해 은퇴한 뒤에 연금 형태로 지급받는 제도다. 사용자는 매월 또는 매년 사외 금융회사에 일정금액 이상을 적립한다. 연금 재원을 외부 금융회사에 적립하기 때문에 회사가 문을 닫아도 퇴직연금을 못 받을 가능성이 없다. 직장을 옮기더라도 퇴직금 계좌는 계속 유지된다. 퇴직연금제가 실시된다고 해도 도입까지 의무화되는 건 아니다. 5명 이상 사업장은 기존의 퇴직금 제도와 퇴직연금 중 하나 이상을 택하면 된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2008년에서 2010년 사이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기에 적용될 예정이다. 또 목돈이 필요할 경우 현행 퇴직금제는 중간정산 제도를 활용해 누구나 퇴직금을 사용할 수 있지만 퇴직연금은 중도 인출 요건이 매우 까다로운 단점도 있다. 노후소득을 보장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연금 가입자의 주택 구입 △가입자 또는 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 △천재지변 발생의 경우로 인출 요건이 한정된다. ◆미국 기업연금은 DC가 주류=퇴직연금은 운용방식에 따라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으로 나뉜다. 연금은 10년 이상 납입하고 만 55세 이상 돼야 받을 수 있다. 연금 지급기간은 5년 이상이며 근로자가 정할 수 있다. DB형은 퇴직할 때 근로자가 받을 연금액이 사전에 확정되는 것이다. 기업이 금융회사에 납입하는 부담금이 적립금의 운용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근로자로선 퇴직 때 받을 급여가 정해져 있어 안정적인 노후 설계가 가능하지만 연금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없는 게 한계다. DC형은 기업이 내는 부담금이 정해져 있는 대신 근로자가 자신의 계좌를 갖고 스스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것이다. 근로자가 받는 퇴직급여는 운용수익률에 따라 달라진다. 운용 수익이나 손실에 대한 책임이 모두 근로자에게 있어 펀드 선택 역시 근로자의 몫이다. 잘만 운용하면 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높지만 투자 리스크도 자신의 몫이다. DC형을 택하면 근로자들도 재테크 공부를 철저히 해야 한다. 미국 기업연금인 401(k)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