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이후 2개월 동안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냈던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값이 반짝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에만 일부 단지 매물의 호가가 3000만~4000만원씩 뛰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아직 바닥이 아니라며 추격 매수 자제를 주문하고 있다.


재건축 규제가 현실화하고 있는 데다 내년부터는 신규 입주 물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투자 매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반짝 상승은 '착시현상'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최근 강보합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달 27일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의 "투기방지책을 마련한 후 재건축을 허용하겠다"는 발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개포동 강남부동산 관계자는 "박 차관의 발언이 재건축 규제 완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면서 개포주공 13평형은 5억원,15평형은 6억3000만원으로 이전보다 3000만원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현대공인 관계자는 "8·31대책 발표 이후 쏟아졌던 급매물이 대부분 소화된 상태에서 호가가 높은 매물 한두 개가 거래되다 보니 가격이 올라간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락동 재건축 단지들도 매수자와 매도자 간 호가 차이가 워낙 커서 반짝 상승세를 보이더라도 거래는 전혀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아직 바닥 아니다"


이번 반짝 상승을 계기로 재건축 아파트 시세가 저점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성급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직은 바닥이 아니라는 데 입을 모았다.


본격적인 매물 출회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저점은 매물이 쏟아지고 거래가 대량으로 일어날 때"라며 "상당수 매도 희망자들이 8·31대책의 입법과정을 지켜보면서 매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초쯤이 저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가격 재상승 가능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투자 매력이 있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향후 2~3년간 강남권 신규 분양이 거의 없고,재건축 규제는 결국 완화될 수밖에 없으며,대기 매수 세력이 많다는 점 등이 이유다.


하지만 가격이 이미 많이 올라있는 상태여서 매입하기 전에 투자수익률을 꼼꼼히 분석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년부터 기반시설부담금제가 도입되는 데다 소형 평형 의무비율,조합원 분양권 전매 금지,개발이익환수제 등의 각종 규제도 따져봐야 할 요소다.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할 땐 가장 먼저 사업 추진 속도를 봐야 한다.


빠를수록 유리하다.


속도가 지지부진할수록 금융 비용 및 기회 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또 아파트 대지 지분이 커야 추가 분담금을 낮출 수 있다.


기존 용적률과 계획 용적률의 차이가 큰 곳을 골라야 투자수익이 높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재건축아파트에 투자할 땐 4~5년 후 입주한다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접근하는 게 요령이라고 조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