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고위 각료회담 등을 준비하는 실무진의 총책임 격인 APEC 고위관료회의(SOM) 의장인 김종훈 대사를 만나 부산 APEC 정상회의에 대해 들어봤다. -APEC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93년 UR 협상 타결의 견인차 역할을 한 이후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APEC의 기력이 쇠잔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쇠잔했던 기력을 획기적으로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APEC 영향력이 다시 커질 것으로 전망하는 근거는. "현재 농산물 비농산물 서비스 등에 대한 WTO 차원의 협상인 DDA 협상은 교착 상태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부터 개발도상국까지 다양한 수준의 국가로 이뤄진 APEC이 DDA 협상에 대한 입장을 천명할 경우 93년과 같이 상당한 압력이 될 것이다." -DDA 협상에 대해 어떤 합의를 목표로 하는가. "DDA 협상의 방향성과 목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할 것이다. 예를 들어 '농산물의 경우 수출 보조금은 시한을 두고 폐지하고 국내 보조금에서는 편법 보조금을 없애는 방향' 등을 안건별로 제시할 수 있다." -이번 회의가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DDA 협상에 대한 APEC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과 부산 로드맵 작성 등이 모두 한국의 아이디어였다. 이런 리더십을 통해 의장국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 부산이 태평양으로 뻗어가는 도시라는 점에서 APEC을 통해 부산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다른 눈에 띄는 이슈는 어떤 게 있나. "실질적인 역내 교역 확대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올 것이다. 특히 정상들이 기업인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부산 로드맵의 일환으로 '부산 비즈니스 아젠다'를 별도로 작성해 역내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 등도 도출할 계획이다." -APEC을 준비하며 가장 힘들었던 일은. "북한을 APEC에 참여시키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모든 언론의 관심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산 방문 여부에 맞춰졌을 때다.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또 SOM은 의장 대행 제도가 없어 한 번 사회를 맡으면 4~5시간가량 화장실을 가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북한의 APEC 참여에 대한 의견은. "이미 한국은 몇 차례에 걸쳐 초청 의사를 보내 놓은 상태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하지만 북한이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선 필요한 절차가 있다. 회원국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북한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