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신천지 중국을 잡아라] (下) 新동북아 물류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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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할리데이비슨은 치솟는 물류비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토바이 의류 액세서리 등 주요 상품의 생산시설은 인도네시아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 밀집돼 있지만 물류 거점은 미국 시카고 인근의 프래클린에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상품이 미국을 거쳐 다시 아시아로 넘어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연간 총 물류 비용이 924만달러에 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얼핏 보면 할리데이비슨의 이 같은 고민은 한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한국 항만의 물류 인프라를 잘 이용하면 할리데이비슨과 같은 기업을 얼마든지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 해양수산부 측의 분석이다.
고부가가치 물류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정부의 신(新)동북아물류중심계획을 일본,중국 등 동북아 지역이 아닌 미국이나 유럽 기업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양수산부 동북아물류기획단이 할리데이비슨의 협조를 얻어 조사한 컨설팅 자료에 따르면 할리데이비슨이 물류 거점을 부산으로 옮길 경우 일본 및 아시아 지역에 공급되는 상품의 해상운임을 절감,연간 물류비를 830만달러로 줄일 수 있다.
부산과 중국 선전지역을 물류 거점으로 함께 활용할 경우 물류비는 798만달러까지 떨어진다.
선전은 상품 생산지 중 하나인 홍콩에서 가까운 항만.이곳에 추가로 물류 거점을 만들 경우 창고 운영비용은 늘어나지만 상품 입·출고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어재혁 동북아물류기획단 과장은 "할리데이비슨을 비롯해 다양한 미국,유럽 기업의 물류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한국으로 물류 거점을 옮기면 적지 않은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중국 등 인근 국가들과 공동전선을 구축할 경우 한국이 독자적으로 판매활동을 벌이는 것보다 시너지가 커진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나 기업들은 컨테이너로 운반하는 상품이나 원료를 한국을 거치도록 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지만 러시아를 거치는 원유 수송,중국의 철도망 등 새로 개척할 수 있는 물류 신천지도 다양하다.
최근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에서 채취한 석유를 항만지역으로 옮기기 위해 연해주 지역까지 연간 8000만t의 석유를 보낼 수 있는 송유관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원유를 보스토치니항이나 블라디보스토크항을 통해 바닷길로 운송할 계획인데 5만t급 이상의 배는 항만에 배를 대기 힘들 정도로 원유 수송 인프라가 열악하다.
해양부는 한국 기업이 원유 수송 인프라 개발과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우예종 동북아물류기획단 부단장은 "동북아 지역에는 한국이 생각하지 못했던 '물류 블루오션'이 도처에 널려 있다"며 "정부가 외교적 루트를 통해 길을 뚫고 기업이 발빠르게 현장에 진출할 경우 한국도 네덜란드와 같은 '물류 강소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