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지표는 회복되고 있지만 체감 경기는 여전히 썰렁한 소비의 이중 구조가 주요 상권의 권리금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창업 붐에 힘입은 상가 공급 과잉을 배경으로 상권별로는 물론 같은 상권 내에서도 잘나가는 업종과 침체된 업종 간 점포 권리금 차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한때 소비자들과 상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동대문 의류 테마상가만 해도 작년부터 공실이 증가하고 권리금도 서울 지역 평균 권리금 하락률 이상으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소비 패턴의 다양화와 이중 구조를 반영,같은 음식점이라도 해장국집 등 '전통 업소'와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신종 업소' 간에 권리금이 차별화되는 추세여서 주목된다.




◆신촌 역세권 상가


서울의 핵심 상업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신촌 역세권의 상가 권리금은 업종별로 확연하게 양극화되고 있다.


도로 쪽에서 연세대 방면으로 현대백화점 뒤쪽의 권리금은 떨어지고 있는 반면 반대편인 이화여대 쪽은 예전의 권리금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권리금 차이는 두 상권을 구성하고 있는 업종에서 갈린다.


현대백화점 쪽 상가들이 분식집 해장국집 등 전통 식당가인 반면 이화여대 쪽은 최근 장사가 잘되는 패밀리 레스토랑,스파게티집,퓨전 레스토랑 등이 중심이다.


이에 따라 전통 식당가에서는 권리금이 50% 이상 폭락한 곳도 많지만 패밀리레스토랑 지역에서는 권리금이 떨어지기는커녕 임대 매물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H부동산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뒤쪽 분식점의 경우 2년 전 권리금을 2억원 정도 주고 들어온 사람이 최근 1억원도 못 받고 가게를 비웠다"며 "영업 이익이 안 나 한 달 수백만원에 달하는 월세조차 못 내게 되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전했다.


◆여의도 상권


대표적 오피스타운인 여의도 상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식당 카페 술집 등의 권리금은 급락하는 데 반해 테이크아웃 커피점,샌드위치 가게 등은 권리금이 과거 수준을 탄탄하게 지키고 있다.


직장인들의 씀씀이가 적어지면서 회식 자리가 줄어들고 식사도 가능한 한 간편하게 해결하려고 하는 최근의 소비 패턴을 반영,테이크아웃 커피점과 샌드위치 가게 등은 오히려 성업 중이기 때문이다.


S부동산 관계자는 "권리금이 1억원 정도 나가던 대로변 10평짜리 식당의 경우 500만~1000만원 정도의 시설비만 받고 가게를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며 "최근 임대 매물로 나온 국회 근처의 100평 규모 단란주점은 10억원 정도 했던 권리금이 5억원도 못 간다"고 말했다.


◆유동인구 늘어도 매출은 줄어


부동산 중개업소들과 상인들은 상권을 오가는 유동 인구와는 관계 없이 상가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신촌 한탑공인 윤경호 소장은 "신촌은 유동 인구가 조금씩이나마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매출에는 전혀 효과를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경기 불황으로 상가 임대료 인하운동까지 벌어졌던 압구정 상권 역시 유동 인구는 늘었지만 체감 경기는 그대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권리금 5000만원이던 지하 상가가 한푼도 챙기지 못하고 가게를 비우는 등 권리금이 떨어지는 추세다.


압구정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기존 상가들의 매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이 지역을 오가는 유동 인구를 겨냥한 성인 오락실과 기업들이 신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설치하는 안테나 숍만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