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칼리 피오리나가 떠난 자리를 '치밀한' 맥 휘트먼이 평정했다. 미국 온라인 경매 회사 e베이 여사장인 휘트먼이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주목할 여성 CEO'리스트에서 1위에 오른 뒤 이어 1일에는 격주간지 포천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재계 여성 50인'에서도 2년 연속 1위에 등극했다. 포천 리스트 1위는 올초 사임한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회장이 1998년 선정 원년부터 2003년까지 6년 연속 독점하며 '재계의 여제'라는 별명을 얻었던 자리다. 휘트먼은 '치밀한 숫자관리'로 피오리나가 독식했던 그 자리에 우뚝 올라섰다. ◆데이터가 모든 것을 말한다 휘트먼에게는 피오리나 같은 화려한 외모와 언변이 없다. 실적 목표를 제시해 애널리스트와 언론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도 드물다. 휘트먼이 믿는 최대 무기는 데이터 분석력이다. 그는 평소 "측정불능이면 관리불능(If you can't measure it, you can't control it)"이라고 주장하며 자사와 경쟁사의 페이지뷰 수,1회 방문시 머무는 시간,활동 회원과 비활동 회원의 비율 등 모든 데이터를 직접 챙긴다. 포천 보도에 따르면 휘트먼의 치밀함은 '6월에는 월요일이 가장 한가하고 11월에는 금요일이 가장 바쁘다'는 식의 통계를 직접 만들고 6월 월요일마다 공짜 상품을 집중 살포하도록 지시할 정도다. ◆철저한 경력 관리 휘트먼의 분석력은 8년간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에서 파트너로 일할 때 얻어진 것이다. 그는 프린스턴대학(경제학)을 거쳐 하버드비즈니스스쿨에서 MBA(경영학석사)를 딴 수재로 사회 생활에 있어서도 학교에서 했던 대로 '복습 효과'를 최대한 활용해왔다. 실례로 '마케팅 사관학교'로 불리는 P&G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할 때 매일 배우고 느낀 점을 일일이 수첩에 적어놨으며, 지금도 이 내용은 e베이 마케팅전략을 짤 때 수시로 이용된다. 휘트먼은 "수첩에 메모된 가장 중요한 교훈은 '고객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였는데 네티즌의 행동 변화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인터넷 업체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e베이의 초고속 성장 휘트먼이 실적 목표를 제시하지 않는 이유는 투자자들을 감동시키고도 남을 만큼 초고속 성장을 하면서 증권가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e베이는 98년 휘트먼이 CEO로 취임할 때만해도 직원수는 100명이 채 안됐고 사업도 커뮤니티 수준이었다. 7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에 9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1억68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전자상거래 회사의 대명사가 됐다. 1998년 매출 9억달러,순익 700만달러에서 지난해 매출과 순익은 각각 32억달러와 8억달러로 불었다. 지난 1년반 동안은 한국의 옥션,미국과 영국의 임대 부동산·중개 사이트 렌트닷컴과 검트리닷컴,인터넷 무료전화 사이트인 스카입 등 굵직한 기업 인수합병을 계속하면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최근 인수한 스카입은 대금이 25억달러에 달해 증권가와 인터넷업계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휘트먼은 이때도 긴 설명 없이 "숫자(실적)로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