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표 3가지 착시현상 .. 서비스업.금융업 빼면 증가세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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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도 늘고 내수도 회복됐다는데 체감 경기는 왜 이 모양이지?'
최근 발표된 경기관련 지표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종과 금융업 등 일부 업종의 호황이 전반적인 경기 상황을 오도하는 '착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재고율과 경기선행지수 등 몇몇 지표에서는 오히려 불황의 징조마저 엿보인다.
◆착시 원인은 편중 성장
지난 9월 중 산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2% 늘었다.
올 1월(14.3% 증가)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그러나 반도체 휴대폰 등 IT 업종을 제외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9월 IT 업종의 성장 기여도는 4.4%포인트로 전체 증가율 7.2%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내수 경기를 나타내는 서비스업도 마찬가지.9월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5.4%로 전달(5.9%)에 이어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이 중 절반가량(49%)은 증시 호황에 따른 금융·보험업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기인했다.
금융 관련 서비스업은 전년동월 대비 84.5%나 성장했고 비통화금융업과 보험·연금업도 10% 안팎의 고성장을 했다.
문제는 IT와 금융업 등 현재 잘나가고 있는 산업들의 '전·후방 효과'가 낮다는 것.특히 금융 업종은 실물 경제와는 무관한 '돈 잔치' 성격이 강해 실제 국민들의 살림살이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불안한 조짐들
경기 관련 '청신호'에 해당하는 경기선행지수도 속을 들여다보면 어두운 구석이 적지 않다.
향후 경기회복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는 5개월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 부문을 떼어놓고 보면 '속빈 강정'이라는 분석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선행종합지수를 구성하는 9개 변수 가운데 코스피(KOSPI) 지수와 총 유동성 등 금융 관련 지표를 제외한 '실물 선행지수'는 올 들어 줄곧 마이너스권을 헤매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하락폭이 더 커지고 있다.
출하 증가율(9월 기준 5.4%)과 생산 증가율(7.2%)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좋지 않은 징후다.
예상했던 바에 비해 물건이 잘 팔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9월 재고율은 전달(94.5%)보다 3.1%포인트 높은 97.6%를 기록했다.
◆서민 주머니엔 돈이 없다
'성장의 과실'이 국민의 손에 전달되는 경로에도 이상이 생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4.4% 증가했지만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구매력을 재는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2000년 4분기(0.2%) 이후 5년 만에 최저치(0.2%)로 추락했다.
민간 소비가 4.0% 늘어나 성장세를 뒷받침했지만 해외 소비로 빠져나간 돈을 제외하면 2%대로 떨어진다.
곽영훈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특정 산업만 독주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지표 경기와 체감 경기 간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며 "특히 금융업은 실물 경제로 파급되는 효과가 아주 낮은 산업이어서 향후 주가 흐름에 따라 전체 내수 지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