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대통령이 참아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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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든 칼럼니스트든 한국에서 '대통령 비판'은 이제 용기와는 상관없는 일이 됐다. 청와대를 정면으로 비난한다고 해서 언론 특유의 저항정신이라고 평가해 주지도 않는다.
언론뿐만 아니다. 정치인,교수,시민단체들이 그렇고 급기야 여당의원들까지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왜 이렇게 연신 두들겨 맞을까? 대통령 스스로 이념적 충돌 빌미, 역사적 논란거리,정치적 비판거리를 제공해 왔다는 점을 일차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또 이 정부의 집권 논리와 권력운용에 관한 목표가 이런 상황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현 정부는 한나라당을 기득권세력 수구보수세력으로 몰아붙여 집권에 성공했고 그런 기조 위에서 승자의 기득권이었던 권력기관에 대한 통제를 포기하고 당정분리도 공언해 왔다. 현 정부의 권위주의청산에 관한한 비판자들도 점수를 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통령에게 꼭 필요한 권위마저 추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게 됐지만 이면에는 노 대통령도 자기 팔을 물리는 아픔이 있었다. 측근인 안희정 최도술씨 등의 구속이 그런 사례다.
천정배 법무장관의 지휘권 행사로 검찰이 술렁거렸던 것도 마찬가지다.
검찰총장의 사표는 과거에는 있을 수 없는 분명한 항명성이었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걱정하는 청와대 참모들 중에는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 등 4대 권력기관의 '제자리 찾기'(청와대의 정치적인 영향력으로부터의 독립) 중에서도 핵심인 검찰의 중립을 놓고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총장의 사표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을 김만수 대변인에게 물었더니 "별말씀 없었다"고 답했다. 대외적 발표가 그렇다는 것이지,대통령은 화가 크게 났을 것이다. 다행히 검찰개혁이니,기강잡기니 하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만약 '검찰 길들이기'라는 말이 청와대에서 나왔더라면 여론은 "권력기관 제자리찾기는 공염불로 끝났다"고 평가했을 것이고 현 정부가 그간 잘한 일로 내세워 온 권위주의 청산은 물건너가는 양상이 됐을 것이다.
이제 당정분리 원칙이 시험대에 올랐다. 대통령이 여당의 '오너'로서 온갖 선거에서 공천을 좌우하고,당지도부에 영향력을 직접 행사하면서 국민여론의 장인 정당의 정책을 전횡하던 것은 그렇게 오래전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10ㆍ26 재선거 전패를 계기로 여당 의원들이 청와대를 원색적으로 비판하고 이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를 지냈던 의원이 대통령을 향해 독설을 퍼부어대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만한 일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며 겉으론 태연해 하지만 과연 속마음까지 그럴까? 마음같아선 "누구 덕에 금배지 달았나"라며 혼내주고 싶을지도 모른다.
설사 손봐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더라도 청와대는 참아야 한다.
당정분리는 크고 작은 망신과 불편에도 불구하고 정치문화 변혁을 위해 충분히 가치가 있다.
또 제왕같은 대통령,그 권위주의를 청산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행정부와 입법부가 민주사회의 균형잡힌 양대 권력체로서 제자리를 완전히 찾기까지의 필수적인 수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