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분 < 한국교육개발원 평생교육센터 소장) jblee@kedi.re.kr > 지금과 마찬가지로 예전에도 월급쟁이가 자기 집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개는 주택마련 저축을 들고 당첨의 꿈을 키우면서 매달 일정 금액을 적립했지만 주택(아파트) 분양 신청자가 몰릴 경우 당첨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주택조합을 통해 분양을 신청하면 개인 자격으로 신청하는 것보다는 한결 용이했다. 결혼을 앞두고 주택 장만이 어려웠던 남편은 사내 주택조합을 결성했다. 장가도 가지 않은 청년이 조합장을 하면서 오해도 받았지만,20여명의 무주택 조합원 모두가 제 집을 갖게 됨으로써 얻은 보람은 컸다. 20년 이상 제 집을 갖지 못했던 조합원 중 한 사람이 가족과 함께 찾아와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아파트라 문패를 달지 못하는 것이 매우 아쉽다고 했던 말이 아직도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있다. 1990년대 말, 우리에게 몰아닥친 경제 위기는 많은 실업자를 낳았다. 그 후 경기가 회복되었지만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다시 일자리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진 시대에 빠르게 변하는 기술과 폭발하는 지식은 평생직장을 꿈꿔 온 이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들은 노동부에서 주관하던 성인 계속교육을 교육부로 이관해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이에 적합한 인력을 개발하기 위해 교육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그 결과 일자리를 잃거나 그만둬도 재교육을 받아 취업하는 일이 우리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 우리와 달리, 교육부와 실행교육기관에 노동자와 고용자의 요구가 직접 개입되고 있다. 교육의 정책과 평가는 교육부에서 수행하고, 실제 교육 및 훈련의 실행은 교육부 산하기관인 직업기술학교에서 담당한다. 근로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의 내용은 고용주와 노동조합의 합의에 의해 선정된다. 일부 고용주의 요구는 만인에게 유용한지의 기준에 비추어 수용 여부가 결정된다. 덴마크의 경우 국민의 세금 부담이 매우 크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이 언제든 재교육을 받아 직장을 얻을 수 있고, 또한 노인이 되었을 때 국가가 그간의 노고를 인정하고 확실히 책임져 주는 복지제도의 혜택을 생각할 때 우리가 닮고 싶은 국가임에 틀림없다. 주택조합이 서민의 주택 마련을 돕는 것처럼, 국민 누구나가 잠재된 능력을 계속 발굴할 수 있고, 발굴된 능력이 일터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학습조합이 있었으면 한다. 몇몇 지역에서는 지역민들의 학습을 돕기 위해 '학습 상점(Learning Shop)'을 만들려는 조짐을 보인다. 필요한 물건을 상점에 가서 살 수 있듯 배움에 대한 정보와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점 말이다. 오늘 아침,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마련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하는 정부정책을 들었다. 귀하게 얻은 자기 집을 잘 지키고,키워나갈 수 있게 하는 국민 계속교육 정책도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