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랑 결혼했어요."


'카라' 같은 여자다.


동양인 여자로는 처음 독일에서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자격을 취득한 문현선씨(34)를 지난달 31일 그의 양재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13년째 꽃을 '만지고' 있는 문씨는 쭉 떨어지는 매무새를 가진 카라처럼 초지일관 플로리스트의 길만 좇아 왔다.


그는 자신이 카라에 빗대지는 데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카라는 '시작'이라는 꽃말이 붙어 있는데 서양에서는 주로 장례식에 쓰여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카라가 결혼식 꽃으로 쓰이고요.


동·서양을 아우르는 플로리스트로 남아서 우리나라 플로리스트를 키워내는 일을 하고 싶어요."


2000년 독일에서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자격을 얻고 돌아온 뒤 문씨는 플로리스트 양성가의 길로 뛰어들었다.


그가 현재 고려대 삼육대 등에서 가르치고 있는 학생만도 200여명.그는 '천직이 선생님'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플로리스트로 유명세를 타게 되면서 본인만의 스타일이나 전시회를 욕심 낼 만도 한데 그는 "내가 거름이 돼서 독특한 세계를 펼칠 수 있는 후배들을 가르쳐 키워내는 것이 꿈"이라고 수줍게 대답했다.


꽃 사랑이 깊다 못해 문씨는 결혼도 뒤로 미뤘다.


그는 "꽃이랑 결혼한 셈"이라며 "요즘은 디자인보다는 식물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플로리스트는 그냥 꽃을 꽂는 사람이 아니에요.


꽃이 꽂히고 싶어하는 어떤 모습이 있는데 꽃마다 다른 특징을 발견해 주는 게 플로리스트의 일이죠.사람들은 꽃꽂이를 일종의 '디자인'으로 보지만 사실은 식물을 이해하는 일이에요."


문씨는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끈기'라고 대답했다. "재능도 미적 감각도 다 필요 없어요.


플로리스트가 되려면 적어도 3년가량의 공부가 필요한데 플로리스트가 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1년 안에 그만두더라고요."


문씨 역시 어려웠던 순간이 많았다.


대학 시절엔 플로리스트가 되기엔 '색감'이 떨어진다고 지적받아 미술 학원을 다니며 색깔 공부를 하기도 했다.


유학 가서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그는 "한국어로도 잘 모르는 수많은 꽃 이름을 라틴어로 외워서 매주 시험 볼 때는 정말 하늘이 노랬다"고 털어놨다.


꽃고추,풍선초,천일홍,피마자,잎모란… 작업실에 그득한 꽃들을 잠자는 네 시간을 빼놓고 매일 보고 사는데 질릴 법도 하지 않느냐고 묻자 문씨는 "꽃은 사람을 속여도 사람은 꽃을 못 속인다"며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알아주기만 하면 꽃은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한다"고 되받았다.


문현선씨는 오는 12월 '겨울 신부'와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전시회를 연다.


그의 작품은 문씨의 홈페이지(www.moonhyunsun.co.kr)에서 엿볼 수 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