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공장을 관리감독하는 공장장."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한 고참 간부는 강정원 국민은행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불량제품을 줄이기 위해 낡은 기계를 닦고 조이는 일을 감독하는 책임자'라는 의미다.


회계부정 의혹 등으로 휘청거리던 지난해 11월 국민은행의 통합 2기 사령탑을 맡은 강 행장.취임 1년을 맞아 "소리 없이 잘하고 있으며 달리 흠잡을 데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지나치게 내실 다지기에만 치중해 은행의 성장동력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건전성 개선 vs 영업력 쇠락


강 행장은 취임 직후 7명의 부행장을 외부에서 수혈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노조통합,대규모 인력 감축,본점과 지점의 전면 인사교류 등의 난제도 말끔히 처리했다.


"외형은 200조원이면 충분하다.


이제는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경영목표도 분명히 했다.


그 결과 취임 초 3.54%였던 부실여신 비율은 지난 9월 말 1.98%로 줄어들며 좋아졌다.


대손충당금 부담이 줄면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증시평가도 호의적이다.


주가가 1년간 65.7% 상승했다.


은행업종 평균(63.6%)을 웃돈다.


그러나 "지나치게 안전운행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건전성 지표에만 집착한 나머지 경쟁 은행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영업 기반인 여신과 수신 잔액은 모두 줄어들었다.


텃밭인 주택담보대출 시장 점유율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펀드 판매영업도 크게 위축,신한지주(신한+조흥)에 1위 자리를 뺏길 처지다.


이준재 한국증권 연구위원은 "시중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6~7%를 기록했는데 국민은행은 오히려 줄었다"며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영업력이 얼마나 회복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주주이익 vs 은행의 공공성


강 행장은 취임 직후 통합 1기 은행의 슬로건이었던 '세계금융의 별'을 내렸다.


그 대신 '편하고 튼튼하고 지혜로운 은행'이란 간판을 내걸었다.


"세계로 나아갈 여력이 없으며 내부 전열을 다지는 게 급선무"(김동원 전략담당 부행장)라는 판단에서였다.


이 때문에 지난 1년간 리딩뱅크로서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거나 시장을 이끈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경영이 실적 제일주의 주주자본 이익의 극대화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고 있다.


단적인 예로 우리 신한 하나 기업은행 등이 올들어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한 데 반해 국민은행은 5조원을 줄였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수익경영 원칙과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 공급과 같은 공적기능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노력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