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현대자동차 SK 등 국내 주요 기업의 내년도 경영계획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기업은 내년에 금리 환율 국제유가 등 매출과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영 변수들의 등락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고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특히 제품별·지역별로 전략을 차별화하면서 자산 운용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내년에 △파레토(Pareto) 경영 △시나리오 경영 △위험관리 경영 △글로벌 경영 등의 4대 전략을 앞세워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돌파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파레토 경영은 이윤의 80%를 상위 20%의 소비계층에서 확보할 수 있다는 '파레토의 법칙'에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 시장에서도 폭넓게 나타나고 있는 소비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년에 40인치 이상의 고가 LCDTV 시장 확대를 위해 대대적인 판촉전을 준비하고 있고,현대·기아자동차는 미국의 중형자동차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시나리오 경영은 주요 경영 변수들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미 많은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지표를 본사는 950원,개별 사업부서는 930원으로 각각 정하도록 했다. 실제 사업을 책임진 부서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목표 달성에 매진토록 하기 위한 것이다. 수입이 수출보다 많은 포스코는 내년 상·하반기 적용 환율을 각각 1050원과 1040원으로 달리 정해 보다 정밀한 경영계획을 짜고 있다. 최근에는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보다 엔화에 대한 환율 움직임이 더 걱정스럽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00엔당 900원 선이 무너지면서 해외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들의 원가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또 세계적인 금리인상 추세가 각국의 구매력을 감소시켜 수출에도 타격을 주지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위험관리 경영은 기업들이 내년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전략이다. 특히 삼성 LG 현대차처럼 자산 규모가 100조원을 넘나드는 기업의 경우 영업이익률 향상 못지않게 자산 운용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100조원짜리 자산을 잘못 굴려 1%만 손해를 봐도 1조원이 허공으로 날아간다"며 "금리와 환율이 자산 운용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자산을 관리하느냐가 경영의 성공을 가늠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또 내수경기 회복이 불투명하고 선진국 시장에서의 경쟁은 심화하는 양상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시장잠재력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