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10년 장기불황에서 최근 탈출,본격 회복 국면에 진입할 수 있었던 데는 일본 정부의 '거북이형(型) 개혁'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부 주도의 '급진적 개혁(토끼형 개혁)'보다는 민간 부문과 함께 하는 '점진적 개혁(거북이형 개혁)'을 추진한 게 최근 들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공공부문의 역할 확대를 통한 경제 활력 회복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일 '일본의 개혁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란 보고서에서 일본 경제는 1945년 이후 역사상 세 번째로 긴 경기확장 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이익이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나섰던 기업들이 속속 'U턴'하면서 '투자→고용→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


보고서는 일본 경제 부활 비결로 일본 정부의 '거북이형 개혁'전략을 꼽았다.


개혁을 추진하되,경제주체들의 적응 능력과 각 경제제도 간의 상호보완성을 위해 '점진주의'를 고수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일본 정부는 금융개혁을 통해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을 기존의 간접금융(은행차입)에서 직접금융(주식,채권)으로 바꾸면서 동시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했다.


직접금융 방식의 경우 불경기에는 자금조달이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노동시장 유연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주도보다 민간 자율을 중시한 것도 일본식 개혁의 한 특징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공공부문 개혁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목표로 정부 산하 특수 법인을 과감하게 민영화해 최근 4년간 1조5000억엔가량의 재정지출을 삭감했다.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되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함으로써 '신(新)일본식'시스템이 창출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예컨대 사외이사제도 도입을 기업들의 선택에 맡김으로써 영·미식 이사회 제도와 투명성이 강화된 일본식 제도 중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개혁 부문에서도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정부는 주로 부실처리를 위한 엄격한 가이드라인만을 제시,금융기관 스스로의 통폐합을 유도했다.


그 결과 민간의 활력이 살아남으로써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이것이 다시 구조개혁을 가속화 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개혁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절한 수순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연구원은 또 "일본이 부활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이 급격한 개혁 추진에 따른 후유증으로 주춤할 경우 한국은 낮잠 자다 경주에 진 '토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