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행크스가 주연한 '빅'(1988)과 제니퍼 가너가 출연한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2004)은 어린이가 어느날 어른으로 변해 사랑의 환상을 실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두 작품의 주인공은 시간을 초월하는 여행 끝에 값진 깨달음을 얻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윤태용 감독의 팬터지멜로영화 '소년,천국에 가다'도 얼개는 비슷하지만 주인공은 늙어 죽을 때까지 변함없는 사랑을 향해 시간여행을 계속한다. 두 할리우드 영화가 어린이의 꿈과 상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드라마라면 '소년,천국에 가다'는 인간의 사랑과 운명을 압축한 작품이다.


주인공 네모의 여정은 어린시절의 호기심,성년의 열정,중년의 연민,노년의 희생으로 이어진다. 네모는 미혼모의 아들이며 이웃 미혼모의 남편이 되고 싶어한다. 네모 모자(母子)와 미혼모 모자,네모를 좋아하는 소녀 모녀 등은 모두 가장을 여읜 결손가정을 이룬다. 그들의 얽힌 관계는 결국 사랑이 결핍을 채우기 위한 욕구임을 보여준다.


정신분석학에서 사랑의 원천은 상실의 경험이라고 한다. 모태를 벗어남으로써 이뤄지는 탄생은 어머니를 상실하는 것이며 이후 사람들은 그것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이론이다. 이 영화에서도 네모는 어머니가 숨진 뒤 이웃 미혼모에게 빠져든다.


그러나 사랑의 나라에서는 영아사망률이 높은 법이다. 이 작품은 평생 일편단심을 간직할 수 있는 영약으로 동심(童心)을 잃지 말 것을 촉구한다.


소녀는 어른으로 변한 네모(박해일)의 정체를 금세 알아채고 끊임없이 사랑을 주지만 현상에 집착하는 어른(염정아)은 네모의 참모습을 직시할 수 없다. 생텍쥐베리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의 테마를 차용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80년대도 관객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장치로 사용됐다. 과거가 단순히 복고적 공간으로 재현되는데 그치지 않고 동화속 세상으로 재창조된다. 핑크색 길,보라색 만화방,연두색 대문 등은 현실속 세상이 아니라 이상화된 공간이다. 시계수리방은 시간을 초월하는 장소며 만화방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곳이다.


11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