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크윈은 하이테크 기업치고는 보수적인 색채가 강하다. 디지털카메라와 반도체 부품·시스템만 만들지 않고 항공엔진과 자주포를 생산하는 방위산업체 분위기가 짙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가 흔히 갖기 쉬운 폐쇄성이 없다는 측면에서 삼성테크윈의 보수성은 '독'이 아니라 '약'으로 작용했다. 즉 디카 등 첨단사업의 급부상에 맞춰 방산사업에서 나오는 '폐쇄성'을 버리고 재빨리 그리고 꾸준히 투자했다. 이 같은 '진보적 보수경영'의 이면에는 1999년부터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중구 사장(59)과 경영진의 현장경영이 있다. 폐쇄성을 깨고 내부에 변화를 접목시키기 위해 현장주의를 불어넣은 것. 삼성테크윈의 구조조정을 진두에서 지휘해 온 이 사장은 변화를 위해선 스킨십이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쉴새없이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스타일로 악명(?)이 높다.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 현장은 물론이고 창원 공장과 성남 사업장,서울 본사를 왔다갔다 하느라 한 달 중 보름가량을 늘 '이동 중'이다. 그는 37년을 삼성 그룹에서 일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원로급 최고경영자(CEO)'이지만 소탈하다는 평을 듣는다. 마치 푸근한 '동네 쌀집 아저씨'나 '시골 할아버지' 같다는 게 부하들의 인물평이다. 직원들은 워낙 소탈해 보이는 외모 때문에 사장인 줄 알아채지도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얼마 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한창일 때 잠실운동장을 찾은 이 사장은 귀빈석에 앉지 않고 임직원들과 함께 어울려 어깨동무를 하고 응원막대를 흔드는 등 열렬한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회사의 '사령탑'이 이처럼 현장경영을 중시하다 보니 자연히 사업부장들의 행보도 바빠졌다. 올초 삼성전자에서 삼성테크윈으로 옮긴 신만용 부사장도 10개월이 넘도록 현장을 챙기느라 바쁘게 보내고 있다. 그가 총괄하는 디카 사업이 뜨면서 휴일도 거의 없이 일하고 있다. 그는 젊은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차에 DVD플레이어를 설치해 놓고 영화를 보곤 한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지난해 흥행작인 '태극기 휘날리며'이다. 이 영화의 주연은 지난 5월부터 삼성테크윈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장동건."우리 회사 광고 모델이어서 만난 적이 있지만 정작 그의 히트작을 못 봐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직원들이 가끔 이 작품에 관해 얘기를 해 DVD를 구입해 봤다"고 신 부사장은 말했다. 파워시스템과 특수사업 등 방산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오창석 부사장은 '행동파'다. 머리에 떠오른 구상을 추진력 있게 실천에 옮기는 '불도저' 스타일이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