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김치파문 당국이 키운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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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내 502개 김치 생산업체의 제품을 검사한 결과 16개 업체 제품(3.2%)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어제 발표했다.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나왔다는 조사결과는 인체의 유해성 여부를 떠나 충격적이다.
하지만 이번 김치 사태가 중국과의 분쟁을 불러오고,그 파장 또한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고 보면 생각해볼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일부 영세업체 제품이 문제이고,기생충 알이 미성숙 상태여서 인체에 섭취돼도 실제 감염 위험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렇더라도 우리의 주식(主食)과도 같은 김치를 비롯해 다른 식품의 안전성에 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되기에는 크게 미흡할 뿐만 아니라 식품당국의 위생관리 수준에 대해서도 심각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중국과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소지가 커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국산 김치를 문제삼은 우리측에 반발해온 중국 당국은 "한국산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며 김치의 수입중단과 함께 자국산 김치의 한국 수출도 사실상 금지하는 등 강경 대응하고 나섬으로써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런 국면에서 국산 김치의 기생충 알 사태가 불거짐으로써 우리측의 입장만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더구나 실제 인체 감염의 위험성이 거의 없다면,별 문제도 아닌 것을 부풀려 김치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嫌惡感)만 키운 셈이다.
또 중국산 김치만 몰아세우면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통상마찰의 빌미를 제공한 결과를 가져온 식약청의 일 처리는 정말 무책임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다.
완벽한 식품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당국은 차제에 김치뿐 아니라 식품 전반에 대한 위생규정과 관리,품질검사 등의 근본적인 혁신방안을 마련함으로써 또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식품안전에 관한 공급자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등 안전관리 시스템을 서둘러 강구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의 김치 분쟁도 보다 신속하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만에 하나 김치로 인한 양국 간 갈등이 무역마찰 등으로 번질 경우 그 파장이 우리측의 엄청난 피해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