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가 조성,민간에 공급한 토지에 대해 조성 원가의 산출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토공이 조성한 산업단지의 조성 원가를 공개하라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파트 분양가 원가 공개를 비롯 각종 개발 이익을 투명하게 밝히라는 사회적 여론이 높은 상황이어서 이번 판결의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권순일 부장판사)는 3일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사업협동조합)이 한국토지공사(토공)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부분공개 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토공이 조성원가 산출 내역을 비공개함으로써 얻는 업무상 편의성보다 이를 공개하고 조성원가 산출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토공이 토지개발 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은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에 귀속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라고 밝혀 토공이 행하는 사업의 공공적 측면을 강조했다. ◆토지 조성 관련된 주요 항목 공개해야 할 판 사업협동조합이 공개를 요구해 이번에 승소 판결을 받아낸 정보에는 토지 매입 비용,도로 상·하수도 시설 공사비,임야 조성비 등 토지 조성과 관련된 주요 항목들이 대거 포함됐다. 조합측은 1998년 토공으로부터 경기도 파주시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내 토지 12만평을 700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맺고 10회에 걸쳐 매입 대금을 냈다. 그러나 준공 인가 후 토지 공급금액을 정산하는 시점에서 토공이 추가 대금을 요구하자 토지 조성원가 산출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토공은 조성원가 산출 내역이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했고 결국 소송에까지 이르렀다. ◆공공택지 조성원가 공개 압력 커질듯 이번 재판으로 산업단지뿐만 아니라 향후 공공택지의 조성 원가를 공개하라는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업단지의 원가공개 판결을 계기로 시민단체들은 아파트분양가 공개와 함께 토공의 택지조성비 내역까지 상세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토공은 조성원가 공개를 거부해 왔다. 기업 영업비밀에 해당되는 데다 정부 방침도 비공개가 원칙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또 공개된 내역에 근거해 보상 가격을 올려달라는 요구와 공급 가격을 내려달라는 요구가 제기되면서 토지개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도 제시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지방의 적자 사업을 메우기 위해 수도권 일부 유망 택지지구 조성비를 높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조성 원가를 공개할 경우 토지보상 단계부터 문제가 터질 수 있다. 같은 산업단지나 택지지구라도 땅 매입비가 구획마다 다른데 보상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원주민이 줄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토공이 모든 공공택지의 조성원가를 공개해야 할 경우 향후 상당부분 사업지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주택법 개정으로 내년 2월부터 모든 공공택지 내 아파트의 토지매입가 택지조성비 상·하수도설치비 전기설치비 암반공사비 등 택지 원가가 공개되기 때문에 이번 판결의 파장은 기존에 조성된 산업단지와 공공택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토공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본 뒤 정부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후 항소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하지만 1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재길.유승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