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키우던 돼지를 내다팔려면 30년 전만 해도 분동이 달린 저울로 무게를 달아야 했다.


이때 돼지가 설치는 바람에 무게가 80관인지,83관인지 정확히 측정해내기가 힘들었다.


이 때문에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말다툼이 잦았다.


요즘 저울은 움직이는 10마리의 병아리를 저울 위에 올려놔도 컴퓨터가 진동의 평균치를 산출해 정확하게 무게를 알려준다.


최근의 전자저울은 로드셀이라는 정밀측정 장치가 들어 있어 이 같은 계산이 가능하다.


이제 무게의 정밀측정은 돼지나 병아리의 무게를 재는 데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초정밀 기계공장에서 미세한 나사의 수를 세는 데도 저울을 활용한다.


한 움큼의 나사를 저울에 올려 놓으면 나사의 수가 몇 개인지 금방 산출해준다.


지금까지 염색업체들은 같은 연두색을 염색하더라도 염료를 섞는 비중이 조금씩 달라 생산 시기마다 색깔이 약간씩 달랐다.


그러나 초정밀 전자저울은 0.1㎍까지 측정할 수 있어 이 같은 문제를 깨끗이 해결했다.


이처럼 초정밀 측정 분야가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올랐다.


이 분야를 흔히 '나노' 분야라고 부른다.


이미 미국 MIT나노연구소는 직경 0.1mm의 마이크로모터를 개발해냈다.


일본의 히타치는 좁쌀 알 크기의 수술용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다.


요즘은 이 같은 정밀측정 분야의 기술 없이는 산업시장을 확보할 수 없다.


이를 감안,산업기술시험원과 한국계량측정협회는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9일 코엑스에서 제35회 정밀기술진흥대회를 연다.


이 대회는 국내 산업계에 정밀측정 기술을 뿌리내릴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이 개척해야 할 정밀 분야는 다양하다.


의약품 업체는 에이즈치료제 화상치료패드 등과 같은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어야 정밀업체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장비 의료기기 광학기기 전기전자제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는 자체 기술로 웨이퍼 세척장비 심전도계 등을 개발해내야 나노업체로 성장할 수 있다.


표면처리 업체들은 정밀도에 앞서 환경친화적이어야 한다.


환경친화적 기술에다 나노 단위의 두께로 균질하게 도금하는 공정과 초정밀 에칭기술을 갖춰야 할 때다.


레이저 분야도 환경 친화적인 그린레이저 발생 기술과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청정기술 부문에서는 나노 입자를 제어·선별·정제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생명공학 관련 분야는 식물추출물 미생물배양 특정물질추출기술 등을 개발해야 할 시점이다.


산업기술시험원과 한국계량측정협회는 이 같은 과제를 잘 수행하고 있는 우수정밀기술 업체들을 선정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