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언제였을까?


이 책 '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엘렌 싱어 지음,정지영 옮김,한경BP)를 번역하면서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그것은 내가 처음 수영을 배우던 어릴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배운다는 설렘에 무척 들떠 있었다.


하지만 들뜬 마음도 잠시,기초 동작을 반복하며 수영장을 두세 번씩 도는 일이 이내 지겨워졌다.


무엇보다 나의 옆 라인에서 고급 과정 사람들이 근사한 자세로 배영이나 접영을 연습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나는 과연 언제쯤 저렇게 될 수 있을까'라는 까마득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점차 수영장 가는 횟수가 뜸해졌고 결국 나의 수영 강좌는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오래 전 기억을 새삼 떠올리게 된 것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성공'을 이루어 가는 과정도 내가 수영을 배웠던 과정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성공을 꿈꾸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실제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누구나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지만 성공을 위해 겪어야 할 과정을 감내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기본 동작도 제대로 익히지 않았으면서 나비처럼 우아하게 접영을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만 한 것처럼 말이다.


성공의 기준이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다.


게다가 주위에는 나를 유혹하는 수많은 마시멜로가 존재한다.


가장 달콤한 마시멜로.


이 책에서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눈앞의 마시멜로를 당장 먹어 버린 아이들과 그것을 먹지 않고 15분을 참아낸 아이들의 10년 후를 조사한 실험에 근거해 마시멜로를 가장 달콤한 유혹에 비유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달콤한 마시멜로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시험 전날이면 그렇게 만화책이 보고 싶고 다이어트를 결심하면 한밤중에 라면이 먹고 싶고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을 때 친구와 놀고 싶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자극과 용기를 주는 책이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사장 조나단과 그의 운전 기사 찰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찰리는 사장 조나단을 부러워하지만 술 마시고 포커 치며 하루 하루를 즐기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런 찰리의 모습에서 작은 유혹에도 곧잘 흔들리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나단이 들려주는 '마시멜로 이야기'는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자 여러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나는 이 책이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참고 좀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쉽게 하는 말,'하고 싶은 대로 살다 보니 어느 순간 정상에 서 있더라'라는 것은 안타깝게도 평범한 우리들과는 거리가 멀다.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위해 유혹을 참고 견뎌낸 이 책의 주인공처럼 우리 역시 자신의 가장 눈부신 시절을 기꺼이 견디며 내일을 준비할 때 성공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자녀의 내일이 걱정되는 부모님이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이 순간이 너무 길고 멀게 느껴져 지쳐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용기와 희망을 얻기 바란다.


그리하여 정상에 오를 때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성공의 계단을 한 걸음씩 오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176쪽,9000원.


정지영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