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의 경제기사 돈되게 읽기] 상가 권리금의 미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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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임대 수입이 보장되는 상가 투자는 좋은 재테크 수단이 돼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업종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상가 시세가 하락하는 추세다.
권리금도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등 소규모 상가 경기는 도무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한경 11월2일자 A1면). 맹목적인 투자 대상이었던 상가 등 부동산 투자도 이제 공급 과잉에 빠지면서 투자가치를 잃어가는 듯하다.
이렇게 상가 시세가 회복되지 않는 것은 경기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라는 측면에서 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소비시장의 구조적 변화
상가 시세의 하락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 있다.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생길 때마다 상가 숫자는 가구 수에 비례해서 늘어난다.
상가 건물도 과거에는 1~2층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5~6층이 넘는다.
반면 소비자인 인구는 거의 늘지 않고 있으며 재래상권 소비 비중이 높은 중·장년층은 고령화에 따른 불안감으로 소비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반면 새롭게 소비시장에 참여하는 젊은층은 각종 문화시설이 몰려 있는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소비한다.
집 근처 식당이나 상점보다는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이나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지역에서 지갑을 연다.
상품을 고르는 데도 까다로워서 선호하는 브랜드만을 고집하곤 한다.
비슷한 음식도 브랜드가 있는 대규모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즐기려고 한다.
재래시장보다 대형 할인점은 물건 값이 싸고 주차 등 교통도 편리하기 때문에 1주일 동안 쓸 생필품을 한번에 구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온라인 쇼핑이 올해만 약 10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벽이 없는 가상공간에서의 소비가 늘고 있으므로 상가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하다.
◆상가 투자의 고려사항
이런 소비 패턴의 변화와 상가의 가치 하락은 경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우리 사회가 바뀌어가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소비 패턴의 변화로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도 재래상가 영업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영업이 어려워지면 권리금은 하락하고 상가의 매매가격 하락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상가 투자도 주식 투자와 같이 정교한 분석이 필요해지고 있다.
교통과 지역 발전 가능성,상권 주변의 인구 규모나 유동인구,추가적인 상가 건립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지역경제 상황을 꼼꼼하게 고려한 상가 투자가 과거보다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
한편 새롭게 상가를 임대해서 창업할 경우에는 상가 매입시보다 더 많은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
△상권의 연령별 인구 분포 △인근 주민의 소득 수준 △대형 할인점의 존재 유무 등을 통해서 업종과 투자 금액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단기에 유행하는 업종보다는 실질적인 상권 분석을 통해 해당 지역에 적합한 업종을 선택해서 초기 투자비를 줄이는 지혜도 필요하다.
조기 퇴직이 확산되면서 중소 자영업자의 소규모 창업이 증가하는 현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분기당 6만~9만명이 새로 창업하고 있다.
기존의 상가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 문을 여는 가게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중년의 명예퇴직자들이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하기 쉬운 서비스 업종 창업을 늘린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도 포화상태인 재래 상권에 엄청난 신규 진입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결과 재래상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가 경영자가 수시로 바뀌고 있다.
2~3개월 만에 폐업하는데 권리금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지역경제 상황과 사회변화를 고려한 투자필요
상가 투자도 공급 과잉 상태에 진입함에 따라 이제는 세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한 투자가 필요해지고 있다.
이는 상가뿐 아니라 다른 부동산 투자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지역의 상가 투자나 부동산 투자는 모두 성공 확률이 높다.
반면 경제가 침체된 지역의 상가나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고 있고 권리금은커녕 임대도 잘 안 되고 있다.
상가나 APT를 저가에 사서 장기간 보유하면 가격이 오르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고령화시대,주택보급률 100% 돌파,중년층 실업률 증가로 인한 창업 증대 및 상가의 공급 과잉으로 경기와 무관하게 상가 등 부동산 투자나 창업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가 좋아진다고 이런 현상이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 변화를 인지하고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이제 상가 투자에도 필요해지고 있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skhong@beste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