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회장 사퇴] 그룹에 부담안주려 자진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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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는데 뭐라고 할 말이 있겠어요."
두산그룹 회장직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리를 내놓은 박용성 회장은 4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재계를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라며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한때 '재계의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까지 가졌을 정도로 촌철살인의 말을 쏟아냈지만 이날 목소리는 가라앉았다.
박 회장이 박용만 두산그룹 부회장과 함께 이날 전격 동반 사퇴한 것은 두산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의 사법 처리가 임박함에 따라 그룹 경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진사임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검찰의 수사가 예상과 달리 강도 높게 진행된 데다 오너 일가의 구속설이 나돌자 검찰 수사 발표를 앞두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전격 사퇴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검찰이 그동안 박용오 전 두산 회장과 박용성 회장,박용만 부회장 등 오너 일가를 줄줄이 소환 조사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박 회장의 출국을 금지하자 강경한 수사 분위기를 감지한 박 회장이 서둘러 사퇴,명예로운 퇴진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은 IOC 위원과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 등의 국제 직위는 향후 법적 처분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검찰과 재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박 회장이 국제 직위를 유지하고 싶은 기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며 "국가 위신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박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가 어떻게 결정될지 주목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이 우리나라 체육외교 및 국제통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박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따른 부담을 적지 않게 느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