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이 한ㆍ중 김치전쟁을 다루는 게 예사롭지 않다. 유력 일간지 베이징청년보는 3일 "청정원의 고추장과 양념장 및 태양초 고추장이 수입 중단됐는데도 중국 유명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망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일간 신경보는 한술 더 떴다. 이 신문은 "중국산 김치가 한국의 종주국 지위를 위협한 게 김치분쟁의 진상"이라고 엉뚱하게 해석하며 "중국김치의 명성을 지킬 것"이라고 전했다. 처음 한국에서 중국산 김치문제가 불거졌을 때 중국 언론은 만평 정도로 가볍게 처리했다. 그러던 중국 언론이 한국산 김치에 대한 당국의 수입중단 조치 이후 이를 적극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두산의 종갓집 김치를 베이징에서 생산하는 성석진 두산베이징식품 법인장은 "중국언론에 한국식품의 위생문제가 오르내릴수록 한류 바람을 타고 어렵게 구축한 우리 식품의 유통망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마침 3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발견됐다고 발표하자 인민일보 인터넷 등은 이를 즉각 보도했다. 이미 기업들은 김치분쟁으로 선의의 피해를 입고 있다. 칭다오시에서 김치 수출 허가권을 받은 한국계 업체인 청수림식품의 강종수 법인장은 "한국당국 조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2일에도 16t 규모 컨테이너 4개 물량의 김치를 한국에 보냈는데 중국 당국으로부터 한국수출을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산둥성의 다른 김치업체들도 한국 수출을 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사태가 양국의 김치산업이 위생시설을 제대로 갖춘 기업들로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분쟁이 길어질수록 "한국음식의 상징"이 받을 상처는 더 커질 수 있다. 수출 규모 1억달러인 김치는 세계적인 식품으로 클 수 있는 품목이지만 기생충알 파동으로 자칫 그 이미지가 실추될 가능성이 있다. 한ㆍ중 김치전쟁을 조속히 마무리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