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각종 관련 통계가 같은 방향으로 향하지 않는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 오히려 경기가 더욱 가라앉는다는 신호를 보내는 통계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상태다. 6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 선행종합지수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으나 순환변동치는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 소비는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지만 소득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향후 경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현재 경기상태에 대해서는 부정적 판단을 내리면서 좀처럼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 않고 있다. ◇ 경기 선행지수-순환변동치 충돌 향후의 경기흐름을 미리 보여주는 통계청의 경기 선행종합지수는 5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선행종합지수는 지난 4월에 113.0으로 내려왔으나 5월 113.3, 6월 113.7, 7월 114.3, 8월 115.0, 9월 115.5로 계속 올라가고 있다. 전년동월비 전월차는 4월의 -0.4% 포인트에서 5월 0.2%포인트로 전환한 뒤 6월 0.2%포인트, 7월 0.4%포인트, 8월 0.7%포인트, 9월 0.3%포인트 등으로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추세적 규모 확대, 계절적 요인, 특수 요인 등을 제거해 경기사이클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9월에 95.9에 불과해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 11월의 94.9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순환변동치는 2000년 8월과 9월에 각각 104.6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에 등락하다 2004년 2월과 3월에 각각 101.6으로 작은 정점을 만든 뒤 하락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사이클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인 순환변동치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직 경기회복을 속단하기 어렵다는 견해의 논리적 근거가 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순환변동치는 3개월 이동평균선이기 때문에 경기 후행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순환변동치 전월차가 올들어 계속 등락하고 있는 등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여전히 경기회복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소비-소득 충돌 소비는 하반기 들어 비교적 강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으나 소득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작성하는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지난 3.4분기에 도시지역 근로자가구의 가계 지출액은 월평균 259만8천3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241만7천100원보다 5.2%가 늘었다. 이 증가율은 올해 1.4분기의 4.9%, 2.4분기의 2.9%에 비해 높아진 것이다. 가계지출 가운데 소비지출도 4.0%가 증가한 215만2천700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도시 근로자가구의 소득은 월평균 331만9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21만5천500원보다 3.0%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증가율은 환란 직후인 99년 2.4분기의 0.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전국가구 실질소득은 지난 3.4분기에 249만2천6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242만4천900원보다 0.2%가 줄었다.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3.4분기 0.2% 증가에 머물러 2000년 4.4분기(0.2%)와 함께 98년 4.4분기(-4.8%) 이후 가장 낮았다.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소비는 탄력적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조사팀장은 "소비심리는 전반적으로 개선됐으나 소비경기를 밀어주는 소득기반은 불안한 상태"라고 지적하고 "현재의 소비회복은 고소득층 의 고가 내구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중산층 이하의 비내구재는 아직도 제대로 소비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 BSI 현재평가-미래전망 충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작성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11월에 107.8을 나타내 지난 9월(111.4)과 10월(110.2)에 이어 3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넘었다 그러나 경기의 실제 상태를 보여주는 10월 실적 BSI는 98.0으로 지난 5월(98.2)부터 6개월 연속으로 기준치를 밑돌았다. 대기업들은 향후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현재 경기상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태에서 고용과 투자가 늘어나기는 어렵다. 통계청이 작성하는 설비투자추계는 지난 8월에 0.7%가 줄어든데 이어 9월에는 2.0%가 감소함으로써 여전히 회복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특히 9월의 설비투자추계 지수(2000년=100)는 91.8로 작년 1월의 82.4 이후 가장 낮았다. 또 지난 9월의 취업자는 2천304만8천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15∼29세의 청년취업자는 435만1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의 457만명에 비해 4.8%, 21만9천명이 줄었다. 이 감소율은 2003년 5월(-5.5%)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투자.고용 부진은 구조적인 문제에 따른 영향도 있으나 경기회복이 좀더 본격화돼야 해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