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부산 APEC‥이석영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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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영 <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sylee1657@kita.net >
1973년 상공부 수습 사무관으로 공직사회에 첫발을 들여 놓은 이래 몇 년간의 외도(?) 기간을 빼고는 대부분의 세월을 통상 분야에서 보낸 것 때문인지 11월 달력을 볼 때마다 '무역의 날'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고질(痼疾)인가 보다.
그런데 이달에는 '무역의 날' 못지않은 중요한 행사가 또 하나 있으니,바로 '부산 APEC 정상회의'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유일한 지역 경제협력체인 데다 강대국 수뇌들이 대거 참가하는 행사이니 만큼 단연 주목의 대상이다.
더욱이 이 회의 역시 무역·투자 자유화 및 경제·기술협력을 중점 활동 분야로 정하고 있는 만큼 2005년 11월은 '무역의 달'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협력·이해·파트너십처럼 우호적인 수사로 채워져야 할 APEC 행사를 앞두고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얼마 전 일본이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우익 편향의 개각으로 중국과 우리 정부를 자극하더니 최근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APEC 정상회의 반대 동영상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 APEC이 무사히,나아가 성공적으로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 비단 부산 시민에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올해는 1994년 인도네시아에서 APEC 정상들이 합의한 '선진국 2010년,개도국 2020년 역내 무역·투자 자유화' 목표를 중간점검하고,회원국 간 공통 이해를 끌어내야 하는 중요한 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개최에 도움이 안 되는 소식만 계속 들려오는 것은 여러모로 마음이 편치 않다.
남의 나라 총리가 하는 행동이야 당장 어쩔 수 없다지만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정성껏 APEC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이번 '전교조 동영상 사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우리 사회의 내부 결속까지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APEC 개최에 따른 부산경제의 회복과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산업생산 증가로 인한 국내총생산 증가분 등을 더할 경우 최대 11억달러가 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이라면 곤란하다.
총리실에 근무하면서 '88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다가 산자부로 옮긴 뒤에는 마음으로나마 만반의 준비와 무사 개최를 성원했던 1980년대 말이 불현듯 생각난다.
올림픽 개최를 1년여 앞둔 87년 당시는 '6·29 선언'으로 사회 각계의 요구가 무분별하게 분출된 때였고,이는 경제적으로 '노사분규-임금상승-경쟁력 약화' 고리의 출발점이 됨으로써 이후 선진국 진입을 향한 발걸음에 모래주머니를 채운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두고두고 떨쳐버릴 수가 없다.
'부산 APEC 정상회담'이 분명한 물실호기(勿失好機)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