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현대자동차는 다소 실망스런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6조1498억원,영업이익은 2680억원에 그쳤다. 이는 작년 3분기에 비해 각각 6%와 42.2% 하락한 수치로,시장의 예상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특히 현대차가 2000억원대 분기별 영업이익을 내기는 2년 만이어서 충격은 더욱 컸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쳤던 실적발표와 달리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앞다퉈 "4분기에는 달라질 것"이라며 매수 의견을 쏟아냈다. 4분기에는 파업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데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의 부진이 구조적인 수익성 악화가 아닌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3분기 실적은 판매 부진이 아닌 가동률 저하에 따른 재고량 감소로 인한 결과인 만큼 사업계획을 달성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올해 세운 240만대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4분기 생산과 영업의 고삐를 죌 계획"이라고 말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신차를 내놓는 것.현대차는 이달 중 싼타페 후속 모델인 CM(프로젝트명)을 내놓는다. 올 들어 그랜저와 베르나에 이은 세 번째 신차다. 또 고유가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임을 감안해 베르나,뉴 클릭,쏘나타 등 기존 인기 차종의 디젤 모델을 잇달아 선보이기로 했다. 지난 5월 가동에 들어간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본궤도에 올리는 것도 현대차가 4분기에 가장 공들이는 사안이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려 쏘나타를 미국시장에서 매달 1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 고유가로 인해 미국에서도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수요층이 중소형 SUV로 옮아가는 점을 파고들어 투싼 수출물량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는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른데다 유가도 대폭 상승해 대외 경영여건이 어느해보다 좋지 않았다"면서도 "현재 공장이 완전 가동상태인 만큼 4분기에는 사상 최대 수준의 매출과 경상이익률을 올려 연초 세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기아차 역시 3분기 실적은 좋지 않았다. 부분파업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21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기아차가 분기별 적자를 내기는 1998년 현대차에 인수된 이듬해 흑자로 돌아선 뒤 처음이었다. 하지만 기아차는 "공장 가동률 상승에 따른 물량 증대와 본격적인 신차 출시,내부 원가절감 노력 등의 영향으로 4분기 이후의 수익성은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사업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남은 두 달 동안 전력을 다한다는 구상이다. 기아차 역시 일단 신차에 승부수를 띄우기로 한 상태.내수에선 11월 중 선보일 중형 세단 로체가 전면에 나선다. 해외 시장에선 고부가가치 차종인 그랜드카니발을 통해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주력 시장인 유럽 마케팅을 강화해 올해 판매목표인 142만대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올초 세운 매출 목표 6조8000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3분기까지 5조4460억원의 매출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1.6% 늘어난 수치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뛰어난 실적을 올린 이유로 △미국 앨라배마에 모듈공장 가동 △충남 아산에 대규모 물류센터 구축 △브레이크 생산업체인 카스코 인수 등 공격 경영을 들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목표 달성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기 위해 4분기에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다. 기존 중국 모듈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모듈공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동시에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완공 예정인 슬로바키아 모듈공장과 인도 모듈공장 건설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또 지난해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대규모 섀시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을 거울 삼아 단품보다는 모듈 단위 수출을 대폭 늘리기로 하고,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