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부에 쌓인 현금으로 회사채를 갚아나가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일부 우량기업 중에는 회사채 발행액이 한 푼도 없는 경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6일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삼성전자 기아차 GS칼텍스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은 최근 1년 새 만기 도래한 회사채를 전부 상환,발행잔액이 '제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수년 동안 1조원대의 회사채 발행잔액을 유지해왔지만 작년 8월과 10월 5000억원씩 만기 상환한 뒤 1년 넘게 회사채 잔액 '제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 GS칼텍스는 작년 7월과 9월에 각각 1000억원을 상환하며 회사채를 전부 상환했고 롯데제과와 롯데칠성도 지난해 말 500억원과 300억원을 상환,잔액이 없다. 기아차 역시 마지막 남은 2500억원의 회사채가 작년에 만기 상환됐다. 포스코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액도 급감하고 있다. 포스코는 3년 전 2조5000억원에 달했던 발행잔액이 지금은 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또 현대차는 3년 전 3조3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LG전자는 3년 전 2조5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KT와 SK텔레콤도 최근 6개월 새 발행규모가 각각 1조6000억원,5000억원 줄었다. 현금을 많이 보유 중인 우량기업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 보니 꼬박꼬박 이자를 물어야 하는 회사채 상환에 나서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KIS채권평가 이진오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보다 상환에 몰두 중인 것은 보유자금이 넉넉한 데다 투자위축으로 자금수요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회사채 상환 러시는 한국기업들이 이제 역동적인 설비투자를 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