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플라자] 放通융합 논의 재개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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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 <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
작년 하반기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방송ㆍ통신융합 논의가 최근 들어 실종된 듯한 느낌이다.
물론 논의가 수그러졌다고 해서 방송ㆍ통신융합 자체가 주춤해진 것은 절대 아니다.
이 순간에도 방송ㆍ통신융합은 여전히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고,정책적 혹은 제도적 대응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통합논의가 표류하고 있는 근본 이유는,그 동안 우리의 방송ㆍ통신융합 논의가 본질로부터 크게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격언이 딱 들어맞는다.
작년 각 정당과 개별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방송ㆍ통신융합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하더니,급기야 방송위원회가 규제기구 통합을 제기하면서 마치 올인(all in)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더니 정보통신부는 규제기구 통합보다 현행 규제 틀을 유지하면서 융합서비스를 우선 도입해 활성화하자는 주장으로 맞섰다.
얼핏 보면 규제기구 통합을 통해 융합서비스를 체계적으로 도입하자는 주장이나 융합서비스법을 통해 활성화부터 하자는 주장 모두가 일리 있어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자신의 규제기구나 영역은 고수한 채,새로운 서비스 영역으로 자신들의 규제범위를 넓히겠다는 전형적인 '지대 추구(rent seeking)' 현상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아닌 말로 조폭이 자기 영역을 넓혀 존재이유를 찾는 것과 매한가지다.
그 결과 규제기구와 규제대상이 서로 연대해 함께 영역을 고수하는 '철의 연대' 현상마저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국무총리실에서 주관했던 '멀티미디어 조정협의회'는 사실상 각 기구대표들이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무대로 전락했고,통합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논의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우습지도 않게 "어디서 논의를 주도할 것인가"를 가지고 심하게 갈등하다 결국 논의 자체가 완전 무산되고 말았다.
심지어는 명칭을 '방송ㆍ통신융합'이라고 해야 할 것인지 '통신ㆍ방송융합'이라고 할 것인지를 가지고 옥신각신하는 촌극까지 보여 주었다.
결국 방송ㆍ통신융합 논의는 자기 주장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보다,상대방 흠집 내는데 몰입하다가 모두가 피해를 보는 전형적인 '네거티브 섬(negative sum)'게임 양상이 되고 말았다.
흔히 상대방 욕하다 결국은 모두가 총체적으로 불신을 받고 마는 정치권에서의 자해행위가 여기서도 재현된 것이다.
이렇게 본질을 벗어난 왜곡된 방송ㆍ통신융합 논의는 진정 중요한 가치와 목표를 상실하고 말았다.
방송ㆍ통신융합이 네트워크 통합을 통해 시청자 혹은 소비자의 편의성을 증대하고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증대한다는 목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어진 것이다.
한마디로 방송ㆍ통신융합보다 융합과정에서 어느 규제기구가 주도권을 쥘 것인가 하는 '정책이 아닌 정치의 문제'로 변질되고 말았다.
흔히 뉴미디어 도입이나 융합을 두고 기득권을 가진 집단과 이에 도전하는 집단이 갈등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방송ㆍ통신융합을 두고 벌어진 갈등은 기존 영역을 고수하려는 규제기구들 간의 갈등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치 걷잡을 수 없이 급성장하는 융합기술과 서비스를 기존의 규제기구와 규제 틀이 규제자들의 이익을 위해 억누르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사실 많이 늦었지만 해당 규제기구 혹은 구성원들이 국가적 이익과 정보복지 실현이라는 대의를 가지고 논의의 장에 다시 들어서기를 촉구한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전제는 "우리가 해야만 국가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는 편협한 사고를 버리는 것만이 융합논의를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