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가 금융을 바꾼다] (上) 21세기 금융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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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프라이빗 뱅킹)는 이제 새로운 상품이나 제도의 도입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고정돼 있었던 금융회사들의 조직과 운영 시스템을 혁신시키고 있다.
은행은 물론이고 보험 증권도 소매금융 부문 전 조직이 PB를 지원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PB시스템 도입에 늦으면 뒤처진다는 위기의식마저 불러일으킨다.
예전에는 10억원 이상 예치 고객들만 이용할 수 있었던 PB 서비스를 중산층들도 제공받게 되는 등 서비스 혜택을 보는 계층이 다양해진 것도 PB가 가져온 큰 변화다.
◆PB 중심으로 바뀌는 시스템
PB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은행도 지금 조직과 영업 전략을 PB 위주로 다시 짜고 있다.
국민은행은 강정원 행장의 지시로 극소수 최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했던 종전의 유럽식 PB 전략을 보다 대중적인 성향의 미국식 PB 전략으로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예금 예치액 3억원 이상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Gold&Wise' PB센터 출점을 잠정 중단하고 1억원 이상 고객을 상대하는 일선 지점 VIP센터의 역량을 확충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김종열 행장 취임 이후 첫 실시한 조직 개편에서 WM본부 PB사업본부 등으로 구성된 애셋매니지먼트 그룹을 별도 조직으로 만들었다.
하나은행은 현재 외부 컨설팅회사에 용역을 의뢰해 영업 역량에 따라 일선 PB들의 등급을 매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스템만 바뀌는 게 아니다.
PB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 및 마케팅은 회사 최고위층이 나서 직접 챙기는 등 영업 마인드도 PB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신한·조흥은행의 경우 10억원 이상 예치하는 고객 10명에게 신한은행 개인자산컨설팅팀이 직접 부동산 관련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동산컨설팅 예금'은 신상훈 신한은행장이 나서 개발을 독려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종전까지는 VIP 전문 점포에서만 실시했던 PB 서비스를 전 지점으로 확대했다.
이를 위해 소매금융 관련 전 조직을 PB 중심으로 완전히 새롭게 재편했다.
우선 영업점 직원들을 경력과 관리자산 사이즈에 따라 '주니어''시니어''프레스티지''마스터' 등 네 등급으로 분류했다.
◆중산층에도 확산되는 PB 서비스
우리은행 황영기 행장은 최근 "모든 고객을 PB 고객화하자"고 선언하고 자산관리 전문가 500명을 키워 각 지점에 투입키로 했다.
우리은행은 황 행장의 이 같은 생각에 따라 최근 중구 명동에 은행 증권 보험 종금 업무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복합금융 매장 '우리금융 프라자'를 선보였다.
PB 서비스는 그동안 주로 10억원 이상 예금 예치자에게만 제공됐으나 이제는 각 은행이 금액에 제한 없이 통상 5000만원 선만 넘으면 서비스한다.
콧대가 높던 외국계도 마찬가지다.
HSBC가 1억원 이상의 자산가를 대상으로 '프리미어' 서비스를 이달부터 시작하는 등 대부분의 점포에서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증권업계도 사정은 같다.
삼성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 자산관리센터 등은 증권회사 자산관리 부문의 취약점으로 지적되던 부동산 관련 컨설팅 업무를 강화하는 등 과감한 영역 파괴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증권회사를 찾아오더라도 부동산 매매가 가능하도록 체질을 바꾸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PB 개념이 도입되기 전까지 부동산 쪽으로 넘어간 주도권을 되찾기에 급급했던 증권업계가 부동산 관련 컨설팅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변화"라고 평가했다.
서울 및 수도권에 한정돼 있던 보험업계의 PB 지점도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PB 서비스를 제공하는 FP센터를 지난 7월 서울 강북과 부산에 연 데 이어 9월에는 대전 대구 광주 등 지방 대도시에 잇따라 개설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