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2년,3년짜리 특판예금을 내놓고,우리·신한·조흥은행이 장기 은행채를 발행하는 등 시중은행들이 자금조달을 장기화하고 있다.


은행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미리 저리(低利)의 자금을 확보하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콜 금리 인상여부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의 이 같은 자금조달 전략은 자금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은행 자금조달 장기화


은행권은 올 들어 주로 만기 6개월~1년짜리 고금리 특판예금을 판매했으나 최근 2년 이상의 장기 특판예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 초 일반 정기예금보다 0.4~0.5%포인트의 금리를 더 얹어주는 2년~3년제 특판 정기예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1억원 이상 가입할 때 2년제는 연 4.8%,3년제는 5.0%의 금리가 적용된다.


또 월이자 지급식의 경우 2년제는 기존 상품보다 1.3%포인트 높은 연4.6%,3년제는 1.4%포인트 높은 연 4.8%의 금리가 적용된다.


우리은행도 최근 연 6.4% 안팎의 확정금리를 주는 만기 6년짜리 우리파워인컴펀드를 오는 10일까지 판매한다.


이 상품은 분기별로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1.2%포인트를 가산해 이자율을 결정한다.


국민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장기 수신상품의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은행들은 또 장기 은행채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3년간 주로 1년 만기 은행채를 발행해왔으나 최근에는 2년,3년물의 발행비중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발행된 은행채 4조3040억원 가운데 3년 이상은 1조5300억원(35.5%)을 차지했다.



◆금리 장기상승에 대비


은행들이 수신구조를 장기화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금리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더 오르면 당장 금리를 약간 높게 주더라도 2~3년짜리 장기예금을 미리 확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 은행채 발행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조흥은행은 최근 3년짜리 은행채 2100억원씩을 연 5.29~5.30%에 발행했다.


1년짜리로 발행하면 연 4.70% 수준에서 조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장기채를 발행한 것은 금리 추가상승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을 때 저리자금을 확보하자는 분위기가 은행권에 팽배하다"고 말했다.


지난 수년간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은행의 수신구조는 초단기화돼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정기예금에서 2년 이상 예금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장기예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민은행과 농협은 그 비중이 8% 안팎이며 다른 은행들은 2~3%에 그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안정적인 자금운용을 위해서도 수신구조를 장기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