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이 없어 공급을 못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기는 4년 만에 처음입니다." 지난 4일 경북 구미 LG전자 PDP A3라인.세계 최초로 6면취(1장의 유리에서 42인치 패널 6개를 생산)공정을 적용한 PDP 생산라인을 안내하는 김종빈 상무(생산기술실장)의 목소리에는 활력이 넘쳐났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약 15개월 만인 지난달부터 PDP가 다시 흑자기조로 돌아섰기 때문.이런데다 세계 PDP 업체 중 처음으로 6면취 생산기법을 도입한 A3라인의 생산능력 급상승으로 '2006년 PDP 세계 1위 달성' 목표가 예상보다 빨리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 LG전자는 A3라인 가동 2개월 만인 지난달 월간 PDP 생산량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월 12만장의 생산능력을 갖춘 A3라인의 수율이 지난달 60%대인 7만장으로 올라오면서 기존 A1,2라인과 합친 월 생산량이 24만장을 기록했다. 이는 23만5000장에 그친 세계 1위 업체인 삼성SDI를 처음으로 제친 생산량이다. 김 상무는 "A3라인의 생산 규모가 늘어나는 데도 공급이 15%나 모자랄 정도여서 모처럼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11월엔 A3라인 수율이 90%대인 월 10만장까지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PDP 세계 1위 장기화 전략 LG전자는 A3라인을 앞세워 세계 1위 체제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지난 9월 세계 최초의 6면취 가동에 이어 내년 3분기 중에는 8면취(1장의 유리에서 42인치 8장 생산)공정 가동에 들어간다. 지난달 8면취 도입계획을 밝힌 일본의 마쓰시타는 내년 말께나 가동할 예정. LG가 4~5개월 앞서 8면취 생산체제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구미공장 A3라인을 2개의 추가라인 설치가 가능한 대규모(2만7000평)로 설계한 것도 8면취 도입을 염두에 둔 것. 지난달 처음으로 차지한 세계 1위 자리를 대규모 선(先)투자를 앞세워 장기화하겠다는 포석에서다. ◆신공정♥원가절감으로 LCD와 맞짱 "LCD가 40인치대 이상에서 PDP와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앞으로도 최소 2년은 더 걸릴 겁니다." 김 상무는 PDP와 디스플레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LCD의 추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LCD보다 빠르게 진화하는 PDP의 신공정기술과 원가경쟁력을 요인으로 꼽았다. 구미 A3라인의 경우 공정을 대폭 단축한 신기술을 적용,패널 생산시간을 LCD의 7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과거 6개 과정에 6시간이 걸리던 '유리기판 막씌우기' 과정에 레이저 패턴기술을 적용,20분 안으로 줄인 것. 이 때문에 전체 PDP 생산시간은 기존 30시간에서 24시간 안팎으로 짧아졌다.생산라인 길이도 130m에서 30m로 줄었다. 덕분에 원가가 획기적으로 절감됐다. 경쟁제품인 LCD는 완제품 패널 생산에 1주일이나 걸린다. 가격경쟁력에서 LG전자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신공정과 원가절감을 통해 현재 42인치 패널당 700달러 안팎인 가격을 향후 400달러 선까지 낮추기로 했다. 이 경우 완제품 가격을 지금보다 30~40% 떨어뜨릴 수 있다. 턱밑까지 쫓아온 LCD의 추격을 제압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상무는 "LCD가 대규모 생산능력을 앞세워 PDP를 압박했던 사례가 반면교사로 작용해 PDP의 증산 경쟁을 부르고 있다"며 "앞으로 2~3년간 40인치대 이상의 디스플레이에선 'PDP 르네상스'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미=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