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의 전격 사퇴로 경영공백을 맞은 두산그룹은 주말 동안 비상경영체제 구축 및 지배구조 개선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유병택 ㈜두산 부회장을 임시 사령탑으로 하는 비상경영위원회는 김대중 두산중공업 사장,최승철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방안과 관련해서는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 체제를 구축한 SK그룹과 지주회사제를 채택한 LG그룹 방식을 따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형제간 계열분리의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당분간 불완전한 전문경영인 체제? 비상경영위원회는 이래 저래 고민이다. 박용성 회장이 4일 사퇴하면서 전례가 없는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안 마련을 주문한 탓에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듯한 분위기다. 완전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할 경우 그룹 내외에서 적임자를 찾아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때문에 그룹 내에서는 계열사 사장단 중심의 비상경영위원회,즉 '불완전한 전문경영인 체제' 기간이 예상 외로 길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SK나 LG그룹 방식? 재계는 두산의 비상경영위원회가 SK그룹이나 LG그룹 방식의 지배구조를 채택할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SK는 분식회계 사태 후 지난해 1월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율을 70% 이상으로 높이고 투명경영위원회를 신설하는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을 내놓았다. 2008년까지 이사회를 실질적인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자리매김시킨다는 목표다. SK의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은 투명경영 의지를 보여준 진일보한 방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LG그룹 방식의 경우 지주회사 체제로 가는 쪽이다. 두산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기 전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 문제는 순환출자의 고리로 얽혀있는 계열사 간 지분정리 과정에서 장기간 상당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두산측이 스스로 "단 기간 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라고 손사래를 치는 까닭이다. 재계는 따라서 두산이 중·단기적으로는 SK 방식으로 성의를 보이고 장기적으로는 LG식의 지주회사 체제로 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한 만큼 '공동 소유,공동 경영'이라는 그동안의 그룹 경영원칙을 아예 파기하고 형제간 계열분리에 나설지 모른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