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를 빼냈다가 9년간 수감 및 억류생활을 했던 로버트 김씨(김채곤·65)가 6일 10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김씨는 이날 오후 5시10분께 부인 장명희씨(61)와 함께 대한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김씨는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는 스파이가 아니었다. 미국의 안보를 해칠 의사는 처음부터 없었으며,건네준 정보의 내용도 미국의 국방 관련이나 안보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초기 너무 과한 형량을 부과한 미국 정부나 구명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에 섭섭한 마음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라며 "한반도가 분단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었던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1996년 사건 당시 김씨로부터 기밀문서를 넘겨받았던 당시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 백동일 예비역 대령(白東一·57)이 인천공항에 나와 김씨 부부를 맞았으며 '로버트 김 후원회' 회원 등 30여명으로부터 뜨거운 환송을 받았다.


장 여사는 남편의 억류생활 동안 먹고사는 것이 힘들었으나 '로버트 김 후원회'에서 정성껏 도와줘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김씨는 이날 부인과 함께 인천공항 인근의 한 호텔에 묵었으며 7일 부모의 산소가 있는 전북 익산시 원불교 묘지인 영모원을 찾은 다음 출국하는 24일까지 수감 시절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김수환 추기경과 조용기 목사,김대중 전 대통령 등 각계 인사를 찾아 감사의 뜻을 전할 예정이다.


또 고향인 전남 여수를 방문한 뒤 그가 살았던 서울 장충동,청계천을 돌아보고 교보문고에서 자신이 집필한 '집으로 돌아오다'란 자서전 사인회를 연다.


미국 해군 정보국(ONI) 정보 분석가였던 김씨는 96년 9월24일 30여건의 기밀문서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징역 9년과 보호관찰 3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7월까지 수감됐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