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에 이탈리아 요리 '바람'이 거세다.


특급호텔들은 프랑스 요리점 간판을 내리고 부루스게타 등으로 무장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그 자리에 채워넣고 있다.


주요 백화점 식품 매장엔 '멩가졸리 발사믹모레나 8년산 식초' 등 이탈리아 식재료들이 즐비하다.


피자 파스타 등으로 이미 친숙한 데다 토마토 올리브 마늘 등 재료 대부분이 건강식이라는 인식까지 더해져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지난달 외식업계에선 상징적인 사건 하나가 벌어졌다.


11년째 김밥 브랜드만 고수해 온 '김가네'가 첫 외도의 대상으로 '몬탈치노'라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택한 것.남양유업은 2002년 11월 서울 논현동에 처음 선을 보인 '일치프리아니'가 인기를 끌자 지난해 11월 현대백화점 본점,올 8월에는 신세계 본점에 3호점을 여는 등 점포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미국식 패밀리 레스토랑의 뒤를 이을 차기 주자는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롯데호텔의 '페닌슐라' 등 특급호텔이 운영 중인 레스토랑 목록은 갈수록 이탈리아식 이름으로 채워지고 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지난해 10월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 국내 최초의 지중해 요리 식당을 표방한 '마르코 폴로'를 선보였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호텔 리츠칼튼 서울은 지난 9월 레스토랑 '더 가든'을 개점하면서 이탈리안 요리로 첫 고객을 맞이했다.


이에 앞서 쉐라톤 워커힐 호텔은 지난 2002년 프랑스 레스토랑을 이탈리안 스타일 '델비노'로 변경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관계자는 "웬만한 특급호텔들은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 두 곳쯤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의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관심 역시 뜨겁다.


올 9월 이탈리아 현지 유명 요리학원인 '알마'가 국내 요리학원인 '일 꾸오꼬'와 합작해 한국에 첫 지사를 낸 것을 비롯 이탈리아 음식 조리법 강습이 인기 강좌로 떠올랐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서울 한남동이나 남대문 수입상가에서나 볼 수 있던 이탈리아 고급 식재료들이 시중 백화점 식품 코너에 대거 들어섰다.


신세계 본점 식품관 한쪽엔 이탈리아 수제 파스타 특화코너가 마련돼 파스타 종류만 50여 가지를 취급하고 있을 정도.롯데호텔 '페닌슐라'의 주재근 조리장은 "이탈리아 요리는 대부분 토속적이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강조하고 있는 데다 최근의 '웰빙' 트렌드와도 딱 맞는다"며 "호텔 조리장들 사이에서 퇴직 후 할 만한 사업은 뷔페 아니면 이탈리아 요리라는 말이 퍼질 정도"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