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가 금융을 바꾼다] (中) 요람에서 무덤까지…은행서비스 진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금융 자산만 100억원이 넘는 자산가 김문수씨(63·가명).불행히도 그는 만성 당뇨 환자다.
웬만한 국내 병원은 다 가봤지만 완치가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
해외 진료를 생각하던 김씨는 은행 PB(프라이빗뱅킹) 센터에서 해외 진료를 대행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7월 말 조흥은행 강북PB센터를 방문했다.
'PB 고객에게 해외진료 수속을 해 준다'는 설명을 들은 김씨는 그 자리에서 타행 예금 20억원을 조흥은행으로 옮겼다.
PB센터는 곧바로 김씨를 미국 존스홉킨스 메디컬센터에 연결했다.
PB센터 소속 헬스케어 코디네이터는 그의 국내 진료 기록을 번역,존스홉킨스 병원에 송부했으며 현재 출국 및 현지 체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은행에서 해외 진료까지 대행해 줄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으며 치료 결과가 좋으면 20억원을 더 맡길 생각"이라는 김씨는 아주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워커힐호텔 야외 연회장.하루 대실료만 2000만원에 달하는 애스톤 하우스에서 120명의 청춘 남녀가 참여한 가운데 '러브러브 페스티벌'이란 맞선 행사가 열렸다.
하나은행이 PB고객 자녀들을 대상으로 주선한 모임이다.
장경훈 PB영업추진 팀장은 "맞선 주선은 PB 고객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목적"이라며 "2세들은 곧 잠재 PB 고객"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결혼정보회사 닥스클럽과 제휴해 지난달 29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PB 고객 자녀 60여명을 엄선해 맞선 파티를 주선했다.
PB 서비스는 금융과 예술을 접목시킨 '아트 뱅킹(Art banking)'으로까지 진화되는 추세다.
지난달 7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홀에서는 우리은행 PB 고객 100여명을 대상으로 '소더비 스페셜리스트 초청 강연'이 열렸다.
우리은행 PB센터와 서울옥션이 공동 개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11월 뉴욕 소더비 메인 경매에 출품될 작품 중 피카소와 모딜리아니,앤디 워홀 등의 작품 32점이 선보였다.
행사를 주최한 우리은행 이순우 부행장은 "소더비 강연에 참석하려는 고객이 너무 많아 초청 고객을 선정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조만간 역삼동 강남PB센터와 도곡PB센터에 서울옥션의 미술 작품들을 전시하고 고객에게 이를 판매하는 아트 뱅킹을 실시할 계획이다.
PB 서비스는 이처럼 부자들의 단순 자산관리를 뛰어넘고 있다.
고객들의 건강 관리는 물론 공연이나 재테크 강좌에 무료 초청하는 것은 기본에 속한다.
수천 명의 PB 고객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초청하기 위해 예술의 전당을 통째로 빌리거나(하나은행), 와인이나 보석 강좌 등 '극소수 0.1%'만을 위한 특별 이벤트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양한 부가서비스 경쟁은 끝이 없을 정도다.
서춘수 조흥은행 강북PB센터장은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선택된 소수를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개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자산관리 서비스뿐만 아니라 부자의 마음을 잡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고객들에게 토털 라이프 케어(Total life car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녀교육 결혼 장례식은 물론 여행·레저·문화관광 상해보험 등 '요람에서 무덤까지' 완벽한 서비스를 통해 부자들의 '영혼'마저 사로잡고 있는 셈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