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자 베이징청년보 등 중국 신문의 1면은 온통 조류 인플루엔자(AI) 보도로 채워져 있었다. 베이징시의 생 가금류 거래 전면 중단 등 중국 전역에서 벌이고 있는 AI 예방을 위한 강력한 조치들을 전하고 있다. 도로를 통제하고 하얀 위생 가운을 입고 차량 소독을 하는 장면은 2년 전 중국을 악몽에 몰아 넣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중국 지도부는 사스사태를 극복,지도력을 인정받았으나 AI로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지도부가 AI와의 전쟁에서 치러야 할 시험은 무엇일까. 최근까지의 상황을 보면 고질적인 짝퉁 관행과 은폐행정 근절을 들 수 있다. 중국 농업부는 이날 언론을 통해 AI 백신 생산을 정식 허가받은 9개사 명단을 공개하고 가짜 백신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미 가짜 백신을 생산한 13개 기관을 적발하고,23개 성과 시에서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가짜 약까지 나돌 만큼의 짝퉁 천국의 현실이 AI 예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은폐 행정은 사스 사태 때 당시 위생부장(장관)과 베이징 시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이유가 될 정도로 고질적인 문제다. 이번에도 은폐 행정의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위생부는 지난달 후난성에서 병든 닭을 먹고 숨진 12세 소녀의 사인을 처음엔 폐렴이라고 밝혔다가 6일 "AI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세계보건기구(WHO)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WHO는 앞서 그 소녀의 정보를 상세히 제공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시해 왔다. AI가 발생한 랴오닝성의 헤이산현에서는 중국 정부가 지난 3일 국제수역기구(OIE)에 통보하기 한달 전부터 AI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홍콩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후이량위 부총리가 6일 긴급소집한 대책회의에서 "은폐나 늑장 보고한 책임자를 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이 치르는 AI와의 전쟁에서 짝퉁 만연과 은폐 행정이라는 고민을 읽게 된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