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주력으로 하는 미국의 거대 금융그룹이 보험과 연금 부문을 잇따라 처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 JP모건체이스가 생명보험과 연금운용 사업부문을 매물로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은행 창구에서 보험 상품 등 모든 금융상품을 사지 않으려 함에 따라 시너지 효과가 미미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신문은 밝혔다.


이에 앞서 씨티그룹은 올해 초 보험사인 트레블러스를 메트라이프에 115억달러를 받고 매각했었다.


JP모건이 보험부문을 팔게 되면 미국 1,2위 금융그룹이 보험부문을 버리는 셈이 된다.


이는 보험사 인수나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금융그룹들의 움직임과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국내 금융그룹은 종합금융그룹의 완성을 위해선 반드시 보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그동안 꾸준히 보험사 인수나 설립을 모색해 왔다.


현재 신한지주만이 신한생명을 관계사로 갖고 있으며 국민과 하나는 방카슈랑스 전용 합작보험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미국의 거대 금융그룹들이 보험부문을 포기하는 것은 실제 경영을 해보니 60년 이상 보험과 은행이 분리됐던 미국에서 보험영업이 소매금융 및 투자금융과 쉽게 어울리지 않아 당초 기대한 만큼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도 보험업은 성격상 위험을 선택하는 업종인 반면 은행업은 위험을 회피하는 업종이어서 금융그룹차원에서 섬세한 경영을 하더라도 기대한 만큼의 상승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해 580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뱅크원을 통해 보험 및 연금운용사업을 해왔다.


보험영업부문을 소매금융분야에 포함시켜 영업해 왔으나 실적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작년에 보험부문은 3억9300만달러 매출에 4800만달러의 이익을 냈다.


이는 소매금융 전체 매출 108억달러,이익 22억달러와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다.


매출액 이익률도 12.2%로 소매금융전체(20.4%)보다 훨씬 낮았다.


JP모건체이스의 보험 부문 매각은 은행업과 보험업 간 경영시너지 효과가 당초 기대를 밑도는 데다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방카슈랑스(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 판매)가 부진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금융사의 '명성(Reputation)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미국의 초대 금융그룹이 보험 사업을 잇따라 떼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밖에 보험사가 상품 및 판매 채널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은행업과 분리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JP모건이 지난 9월 온라인증권중개회사인 브라운코를 매각한 데 이어 보험 등 소규모 사업부문을 정리하려 한다며 보험부문을 매각하더라도 다른 보험사의 판매대행은 지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