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무단 방치 차량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경제 불황 여파에다 기름값 상승 등으로 승용차나 트럭 등을 유지하기 버거워지면서 몰래 버리는 사람이 다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무단 방치 차량은 깨진 유리와 녹슨 차체,험악한 낙서,덕지덕지 붙은 스티커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연료 오일 등 가연(可燃) 물질이 흘러나온 경우가 많아 화재 위험성도 높은 데다 주민들의 주차 공간까지 잠식한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2001년 5만2742대를 기록했던 무단 방치 차량 처리실적은 2002년 4만8047대로 줄어들었다가 2003년 5만9263대,지난해 5만6659대를 기록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지난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집중 수거 캠페인을 실시했다"며 "올해도 5만5000대는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자체에 무단 방치 차량은 골칫덩어리가 아닐 수 없다. 우선 강제 폐차 처리가 간단하지 않다. 자동차관리법상 무단 방치 차량을 직권 처리하려면 주민신고.현장방문 확인.차주·차적조회.검찰 지휘.폐차처분 등 20여단계를 거쳐야 한다. 처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고철 수준의 방치 차량을 처리하려면 2만~10만원 정도를 폐차 업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자동차에 가압류를 마구 거는 관행도 무단방치 차량 증가를 낳고 있는 다른 원인이다. 가압류가 걸린 차량은 폐차 처분을 받을 수 없어 차주 입장에선 더 이상 차량을 유지하기 힘들 경우 몰래 버리는 길밖에 없다. 서울시 자동차관리팀 관계자는 "차량은 고철에 가까운데 가압류 80여건과 근저당 등을 합해 액수만 1000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담 외에 공무원들은 폐차 처분 업무를 맡기 꺼리는 다른 이유가 있다. 도무지 연락이 안 되던 차주가 해외 유학이나 장기여행,갑작스러운 수형생활 등을 마치고 돌아와 이 결정에 불복,소송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는 특별전담반을 편성,차주를 찾아 숨바꼭질을 벌이는 등 행정인력 낭비도 심각한 실정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