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은 결혼 전인 스물다섯살 때 고환암에 걸렸다. 언젠가 좋은 아빠가 되기를 갈망했던 그는 수술 전 정자은행에 갔다. 자서전 '그대 향해 달려가리라'에서 그는 당시 포르노잡지를 보며 느꼈던 참담하고 착잡했던 심정을 털어놨다. 그의 아들과 쌍둥이 딸은 이렇게 태어났다. 정자 채취는 암스트롱의 고백처럼 민망하긴 하겠지만 힘들진 않다. 그러나 난자 추출은 다르다. 난자는 한쪽 난소에서 한 달에 하나씩밖에 배출되지 않는데 채취를 위해선 한꺼번에 많은 수가 나오도록 해야 하므로 여러 날 동안 과배란유도제를 놓는데다 체내에 주사기를 삽입해 추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고통스러운 건 말할 것도 없고 체질과 건강 상태에 따라 각종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복수가 차고 난소가 붓는 등 난소과자극증후군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모르고 심한 경우 골반염에 걸려 불임이 되거나 난소암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인터넷을 통한 난자매매가 공공연히 이뤄지다 경찰에 적발됐다는 소식이다. 불임여성의 경우 누가 아이 얘기만 해도 죽고 싶을 정도라고 하는 만큼 "오죽했으면" 싶지만 꽃 같은 나이의 여성이 몇 푼 안되는 돈에 신체적 윤리적 아픔을 무릅쓴 생각을 하면 눈 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미어진다. 불임부부에게 시험관 아기는 축복이다. 1954년 정자은행이 생기고 78년 영국 케임브리지 의대에서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 뒤 미국에선 한해 6만5000명이 인공수정으로 출생한다. 우리나라에도 대학병원 등 몇몇 곳에 정자은행이 설립돼 있지만 실제 정자를 기증하려는 사람은 드물어 의대생들에 의해 겨우 유지된다고 한다. 게다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자와 난자 매매 모두 불법이다. 난자는 필요하고 공식적으로 구할 수는 없으니 불법 매매가 판치는 셈이다. 무조건 막기보다 난자은행을 설립,국가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강구해볼 수 있지 않을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