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 영화계가 위기감에 사로잡혔다. 극장 관객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스타 출연료와 제작 비용이 급증,재정 상태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소재 고갈도 문제다. 최근 몇 년간'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같은 시리즈물이나 '미녀 3총사' 같은 리메이크물로 재미를 톡톡히 봐왔지만 이제는 진부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할리우드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극장 관객 감소 뉴욕타임스는 최근 워너브러더스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캘리포니아 본사에 있는 4500명의 임직원 중 6%인 260명을 내보냈다며 냉각된 할리우드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앞서 소니와 월트디즈니는 최근 영화 제작에서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NBC유니버설은 지난여름 영화와 TV방송 부문에서 총 4억달러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할리우드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게 된 계기는 극장 관객 감소다. 미국 극장 입장객수는 2002년 16억명에서 2003년 15억명,2004년 14억6000만명으로 계속 줄었다. 올해는 1985년 이래 가장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입장료가 계속 오르면서 DVD를 빌리거나 인터넷 다운로드를 통해 영화를 보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다. 미국 영화사들은 평균 티켓 가격을 2002년 5달러85센트에서 올 상반기 6달러40센트로 10% 가까이 올렸다. ◆DVD 판매증가율 위축 미국 영화계가 그동안 극장 관객 감소에 티켓 가격 인상만으로 안일하게 대처한 이유는 몇 년간 DVD 판매 증가율이 연간 두자릿수를 기록해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DVD보다도 싼 인터넷 다운로드 방식이 확산되면서 이마저 한계에 온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DVD시장에서 20%에 가까운 점유율을 누리고 있는 워너브러더스의 올해 DVD 판매 증가율이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릿수로 떨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특히 최근에는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히트시켜 미국 음반 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을 일으킨 애플컴퓨터가 비디오 아이팟을 출시,할리우드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제작비 급증 반면 할리우드 영화 제작비용은 계속 상승 중이다. 지난해 미국 영화제작사가 한 편을 만드는 데 쓴 돈은 평균 6400만달러(670억원)에 달했다. 최첨단 장비와 그래픽을 동원하는 데다 인건비도 비싸기 때문이다. 특히 출연료 부담이 크다. 톰 크루즈,톰 행크스,줄리아 로버츠,안젤리나 졸리 등 '흥행 보증 수표' 배우들을 섭외하려면 한 편당 2000만달러 이상을 줘야 한다. 현재 할리우드에는 스타를 출연시키지 않고도 고정팬을 확보할 수 있는 시리즈물이나 리메이크 제작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진부한 수법도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홍콩 스타 성룡을 출연시킨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제작에 1억1000만달러를 들이고도 수입은 고작 2400만달러밖에 올리지 못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