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8일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술 준비경영'에 치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 등 현재 글로벌 톱 클래스(세계 일류) 수준에 오른 사업 분야의 투자를 늘려 경쟁력을 강화하고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당장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부가가치가 큰 유망사업 분야도 집중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R&D 투자계획은 삼성이 추구하고 있는 기술 경영의 '종합 로드맵'이라 할 만하다. 삼성은 이를 통해 오는 2010년께 경상이익 30조원,브랜드 가치 70조원을 달성함으로써 IBM 인텔 등 글로벌 톱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3개 차세대 성장엔진 집중 육성 삼성이 이날 발표한 47조원의 R&D 투자규모는 지난 10년간의 R&D 투자비(35조원)를 능가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삼성은 이 금액을 향후 유망 기술과 부가가치가 큰 사업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 대상은 전자 기계 화학 등 3개 부문 13개 사업으로 정했다. 삼성은 이 가운데 고용량 메모리,디스플레이,이동통신,디지털 TV 등 이미 글로벌 톱 클래스에 진입한 사업의 경우 2010년까지 현재 위치를 더욱 확고히 다져 나가도록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와 광원을 2010년 이후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 사업으로 정했다. 향후 연료 전지를 주축으로 한 차세대 에너지 사업의 경우 갈수록 수요가 늘어나고 발광다이오드(LED) 등 광원 사업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 원천기술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기계 분야에서는 컨테이너선 및 크루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업과 디지털카메라용 카메라 모듈,초정밀 렌즈 등 정밀 광학기기를 집중 육성 분야로 정했다. 화학 분야에서는 현재 삼성종합기술원에서 개발하고 있는 나노(nano) 소재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의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왜 '기술 준비경영'인가 삼성이 이처럼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로 한 까닭은 미래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차세대 주력 사업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인텔 노키아 등 주요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이윤우 삼성전자 기술총괄 부회장이 이날 "21세기에는 혁신 기술로 시장을 창출하고 주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은 이번 R&D 투자를 통해 확보한 원천 기술이 반도체와 LCD 휴대폰 등 현재 주력 사업에 이은 미래의 캐시카우(수익 창출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