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8일 '2010년 그룹의 장기 비전'을 발표하면서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걱정도 함께 내비쳤다. 계획대로 오는 2010년까지 그룹 매출이 지난해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나게 되면 삼성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만약 우리나라가 그 때까지 국민 소득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하지 못하면 빈부 격차와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구조 속에서 삼성에 대한 경제력 집중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사회 전반의 여론도 삼성에 비(非)우호적인 방향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사실 요즘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삼성공화국론'도 1993년 신경영 발표 이후 그룹 역량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데 따른 반작용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결국 삼성은 시장 외적인 요인을 컨트롤하는 데 힘을 분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고 이는 곧 경영 위기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게 삼성의 걱정이다. 이건희 회장이 2000년 이후 줄기차게 국민 소득 2만달러 달성을 주창해 온 것도 국민 경제와 삼성의 동반 성장이 삼성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협력 업체를 포함해 50만 삼성 식구들이 미래에 먹고 살 거리를 찾기 위한 경영 계획을 수립하면서 '국가 경제의 삼성 쏠림 현상'까지 걱정해야 하는 딜레마가 이날 발표 현장 곳곳에서 느껴졌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