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민주당과의 통합론은 11일로 창당 2주년을 맞는 열린우리당의 참담한 현주소를 대변한다. 열린우리당은 과반의석에 불과 6석이 부족한 의석을 가진 거대정당이면서도 계속되는 지지율 하락과 민심이반으로 27전27패라는 재·보선 성적에 직면해 벌써부터 내년 5월 지방선거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민주당과 통합론은 한마디로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한다. 당 자체의 변화와 개혁만으로 '홀로서기'가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의 결과물이 바로 통합론이다. 지지층이 겹치는 민주당과 합하지 않고 내년 지방선거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이 자리하고 있다. 통합론이 당내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맨 처음 염동연 주승용 의원 등 광주·전남지역 의원들이 제기한 통합론에 보수파는 물론이고 당내 최대 주주인 김근태 정동영계까지 동조하는 양상이다. 염동연 의원은 "지도부가 통합논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고 탈당가능성을 시사하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일부 호남의원은 민주당 의원들과 워크숍을 추진 중이다. 통합성사를 위해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요구한 노무현 대통령 탈당주장을 수용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에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와 영남 출신 의원 등 친노계와 진보 개혁세력은 "호남당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얘기냐"고 강력히 반발한다. 청와대 기류도 일단 부정적이다. 신기남 의원이 주도하는 신진보연대는 10일 성명을 내고 "현시기에 무원칙한 민주당과의 재통합론은 명백히 잘못된 처방"이라며 "우리가 돌아갈 것은 창당 이전이 아니라 창당 당시의 초심"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통합론이 당내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정세균 의장이 이날 "당내에 대부분이 통합에 찬성하고 있지만 상대방이 있는 일 아니냐"며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민주당의 반대로 논의자체가 어려운 터에 당내 분란만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실제 당내에서는 "지방선거 전에는 통합이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어가는 형국이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