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가 '낡은'교단 바꾼다] (中) 이미 도입한 학교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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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중동중학교.150여명의 학부모가 학교 강당에 모여 진지한 표정으로 설문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학부모 방문의 날 행사'와 함께 진행된 이날 학무모들은 '올해의 중동 참스승'을 선정하기 위해 '수업지도와 학생 생활지도를 잘한 교사' 세 명을 고민 끝에 써 냈다.
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이뤄진다.
지난해부터 학교측은 학부모와 학생 설문을 바탕으로 해마다 세 명의 교사를 뽑아 방학 기간 미국 등 선진국의 유명 학교를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3학년 이준호군(18)은 "학생들이 바라는 선생님상이 어떤 것인지를 선생님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참스승 선정과 별도로 이 학교는 1996년부터 교원평가제를 실시,학교 교육을 내실 있게 바꾸고 있다.
평교사는 교장과 교감,부장교사,과장교사,동료교사들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교장과 교감은 상호 점수를 매기는 동시에 학부모 8명과 교사 5명으로 이뤄진 평가위원회로부터 능력을 측정받는다.
교과 지도 능력,학생 생활지도 능력,교사의 자기계발 여부 등이 주요 평가 항목이다.
이 결과는 연말 상여금 지급과 인사 등에 참고자료로 쓰인다.
김수학 교사(국어)는 "평가시스템이 있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교육이나 연구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고 말했다.
학부모 박명자씨(44)는 "교육부가 추진 중인 교원평가제 도입에 절대 찬성한다"며 "잘한 것은 잘한 대로,잘못한 것은 잘못한 대로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원칙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학교도 시행 초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나쁜 평가를 받은 교사들이 "교장과 친한 사람들만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항의하는 등 공정성 시비도 일었다.
이에 평교사를 평가 주체로 참여시키고 평교사의 평가 결과 비중(40%)을 교장 교감을 합친 비중(30%)보다 높게 했다.
이후 열심히 한 만큼 보상을 받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제도는 정착되기 시작했다.
정태익 교감은 "평가제 도입 이후 교사들이 수업 기법 등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풍토가 자리잡혔다"고 말했다.
부산 가야고도 1997년부터 학생들이 교사를 평가해왔다.
평가는 해마다 12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교과에 대해 이뤄진다.
교사들이 10개 항목의 수업평가 설문지를 자체적으로 만들고 한 반에 10명씩의 학생이 설문지에 답한다.
교사들의 조직성과 참여성,전달성,연간 수업계획에 대해 '매우 그렇다'에서부터 '전혀 아니다'에 이르기까지 5단계로 평가하며 평가 결과는 해당 교사에게 가감 없이 전달된다.
3학년 한성민군(18)은 "설문을 통해 보충교재가 부족하다는 등 수업에서 부족한 부문을 지적하고 나면 선생님들이 즉각 이를 개선해 주신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의 문태고도 지난해부터 교원평가제를 도입했다.
이 학교는 매 학기말 전체 교사들이 학생들로부터 수업준비,수업태도,수업방식,수업정리,종합의견 등 5개 분야 27개 항목에 대해 수업 만족도 평가를 받는다.
박인규 교감은 "이 평가제 실시로 교사와 학생이 서로 신뢰하고 수업의 질이 개선되는 등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김태현·유승호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