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너 일가는 1990년대 초반부터 10여년 동안 모두 84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이 가운데 공소시효가 지나 버린 480억원과 회사 경비 40억원을 제외하면 처벌 받을 수 있는 횡령 총액은 326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오 전 회장 등 오너 일가 4명과 두산계열사 전·현직 임원 등 모두 1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두산 일가는 횡령한 326억원을 두산건설 유상증자에 필요한 오너 일가의 대출금 이자(139억원)와 가족 공동경비(37억원) 등으로 사용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생활비로 107억원을 쓴 부분이다. 고 박두병 전 회장은 장남인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등 7남매에게 유산을 각각 1.5(장남),1(아들),0.5(딸)의 비율로 나눠 갖도록 유언을 남겼는데 생활비도 이 비율대로 분배했다. 하지만 창업 3세 중 두산에서 독립한 막내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은 생활비를 나눠 갖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신 박용욱 회장은 이생그룹 계열사인 넵스를 통해 40억원가량을 빼돌려 생활비와 사찰 시주비로 사용했다. 박용욱 회장을 제외한 6남매는 매달 600만~700만원씩 나눠 갖고 해마다 5월 8000만원을 특별 보너스 형태로 분배했다. 매달 생활비는 개인 계좌로 직접 들어갔고 특별 보너스는 운전기사를 통해 전달됐다. 이러한 자금 관리는 박용성 전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 인프라코어 상무가 맡았다. 오래 전부터 두산그룹의 집사 역할을 했던 박용성 전 회장이 그룹 부회장이 되면서 '금고지기' 일을 아들인 박 상무에게 물려준 것이다. 하지만 박 상무는 비자금을 직접 나눠 갖지 않고 단순한 자금 전달자로만 판명돼 무혐의 처리됐다. 비자금 조성은 박용오 전 회장과 박용성 전 회장이 주도했다. 박용오 전 회장은 주로 두산산업개발에서 비자금을 마련하도록 했고,박용성 전 회장은 두산산업개발을 제외한 다른 위장 계열사의 회사돈을 빼돌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