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구조개선법은 법률 수요자들의 입장을 한치도 고려하지 않은 법률이다." "금산분리 기준도 문제가 많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과 관련한 당정협의회에서 금융회사의 계열사 지분취득을 제한하고 있는 금산법 24조과 그 개정안,공정거래법 11조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 주목된다. 현장에서 법을 집행하고 있는 감독당국의 수장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나섬에 따라 금산법 개정을 둘러싼 정부와 여당 내 기류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당장 이날 당정협의회에서는 윤 위원장의 의견을 존중,조만간 공정거래위원장을 함께 불러 금산법과 공정거래법의 취지,두 법안의 통합 필요성 여부 등 그동안 논의되지 않았던 새로운 주제들을 검토키로 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 윤 위원장은 금산법 24조가 공정거래법 11조와 동일한 취지로 만들어진 중복규제이고 그 내용도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며 차제에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11조에서는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회사 또는 보험회사가 갖고 있는 국내 계열사 주식은 원칙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몇가지 조건을 총족할 경우 예외적으로 15%까지 허용하고 있다. 다음은 이날 당정협의회 참석자들을 통해 재구성한 발언록. ◆열린우리당 문석호 제3정조위원장=금산법 24조와 공정거래법 11조를 놓고 논란이 많은데 뭐가 다른가? 금감위원장이 얘기해보십시오. ◆윤 금감위원장=법률수요자 입장을 한치도 고려하지 않은 매우 혼란스러운 법률들이다. 공정거래법만 봐도 굉장히 복잡한데 금산법은 더 복잡하다.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똑같은 취지의 법률들인데 복잡하게 돼 있다. 차제에 두 법을 통합하든지 어떤 식으로든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기준도 문제가 많다. 예금을 받는 은행은 금산분리가 중요하지만 수신기능이 없는 여신전문회사를 금산분리 대상에 넣는 건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가 없다. 또 금산법 24조는 금융기관 합병 및 전환에 관한 법을 금산법으로 전환하면서 느닷없이 들어온 것이다. 합병 및 전환법은 금융회사가 합병,전환,구조개선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단축시켜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이었지 금산분리를 위한 규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박영선 의원=과거 기아차 인수과정에 삼성이 개입한 게 들통났고 그래서 공정거래법으로 막으려 했는데 재경부가 자기 밥그릇이라고 (금산법으로) 가져간 것이다. 당시 재경부에 있었던 사람이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앞으로 그렇게 얘기하지 말라. ◆윤 위원장=당시 세제실장을 맡고 있었다. 그 일을 주관하지 않았다. ◆한 부총리=공정거래법이 있는데도 금산법 24조를 만든 것은 계열 금융회사들의 공동행위를 막기 위해서였다. 계열 금융회사 지분을 합산해서 5%,20%를 넘을 때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게 한 것이 그것이다. 금산법이 복잡하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금산법 개정 이후 한도를 초과해 취득하는 지분은 시정명령하자는 데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단지 일부 기업의 과거취득분만 문제가 되고 있는 것뿐이다. ◆강봉균 의원=공정거래법은 잘못된 규제다. 같은 계열 금융회사,특수관계인(총수 포함)까지 합쳐서 15%까지만 취득할 수 있게 하고,그것도 원칙적으로는 의결권을 금지하고 있다. 오너 입장에서는 매우 비합리적인 규제다. ◆채수찬 의원=법 제정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법 제정 취지가 금산분리라면 한도초과 지분에 대해 당연히 처분명령까지 내려야 한다. 그러나 소유·지배구조 개선이 목적이라면 의결권 제한만으로 충분하다. 대체 금산법 24조의 목적이 무엇이냐? ◆윤 위원장=두가지가 꼬여있다(두가지 목적이 혼재돼 있다).그래서 수요자들이 혼란스러운 것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