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다가오는데..모피.가전, 수요 예측못해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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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서 전자전문점을 하는 오미경씨(48)는 요즘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팬히터와 전기온열매트 주문량을 결정하지 못해서다.
올초 '100년만의 더위' 소식에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에어컨과 선풍기 물량을 다량 확보했다가 예상만큼 날씨가 덥지 않아 재고 처리에 애를 먹었던 기억 때문이다.
오씨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날씨를 알아보고 발주하려고 기상청 홈페이지에 매일 들어가 보지만 아직 겨울철 예보는 나오지 않았다"며 답답해했다.
기상청은 오는 23일 겨울 날씨를 예보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겨울로 접어들기 딱 일주일 전이다.
이처럼 장기 일기예보 시스템 부재로 계절용품 관련 업계가 수요량 예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피 업체,체인점 형태의 가전양판점,심지어 첨단 유통시스템을 자랑하는 백화점까지도 날씨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계절용품 매입을 전담하는 이범 신세계백화점 바이어는 "한번은 11월 초에 스키용품 모음전을 열었는데 스키장 개장이 12월로 미뤄져 매장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며 "스키장에 예정일에 개장하는지를 물어봐도 '날씨 봐서'라고만 말할 뿐이라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피 등 패션업체들은 장기 예보가 더욱 절실하다.
김철호 진도모피 이사는 "겨울 신상품은 8월에 벌써 원단 주문이 시작되기 때문에 11월 말께 나오는 겨울철 일기예보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겨울 날씨의 대략적인 경향만이라도 일찍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경식 기상청 정책홍보담당관은 "기상청과 같은 국가기관이 개별기업의 사정에 맞춰 일기예보를 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기업들이 필요한 날씨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케이웨더' 같은 민간예보사업자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민간 예보사업자 역시 기상청 자료를 받아 맞춤 가공하는 것뿐이라 더 빠른 예보를 해주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본의 경우 기상 당국이 매달 향후 3개월간의 날씨를 알려주는 '밀어내기식' 예보를 실시하고 있어 기업들이 수요량을 예측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기초자료로 삼고 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