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두산 326억원 비자금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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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두산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석달여에 걸친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3백억원대의 비자금 조성과 2천8백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한정원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앵커-1] 검찰이 내놓은 수사결과 먼저 들어볼까요.
[기자]
검찰이 석달넘게 두산 비리를 파헤친 결과, 박용성 전 회장 등 총수일가는 비자금 326억원을 조성하고 2천8백억원대의 분식 회계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S: 박용성 전 회장 등 14명 불구속)
검찰은 박용성 전 회장 등 총수 일가 형제 4명을 포함해 그룹 계열사 사장 등 모두 14명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습니다.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던 박용성 전 회장의 장남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는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검찰은 박진원 씨가 단순히 일가의 자금 관리자 역할을 했던 만큼 기소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황희철/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
[앵커-2] 두산의 비리 실태, 좀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기자]
이번 수사결과는 기업의 자금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됐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줍니다.
(S: 총수일가 비자금 326억원)
박용성 전 회장 등 두산 총수 일가가 조성한 비자금 규모는 326억에 달하는데요. 이들은 자신들의 생활비와 대출 이자, 사찰기부금 등으로 이 자금을 사용했습니다.
이들은 두산산업개발에서 219억원, 위장 계열사인 동현엔지니어링과 세계물류에서 67억원, 관계사인 넵스에서 4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습니다.
(S: 두산산업개발 2838억원 분식회계 )
형제들은 또 두산산업개발의 공사 진행률을 허위로 높여 매출금액을 과대 계상하는 방법으로 2838억원 가량 분식회계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용성 전 회장은 이 가운데 275억원을, 박용만 전 부회장은 139억원을 횡령했습니다.
또 처음 검찰에 진정을 했던 박용오 전 회장은 오히려 가장 많은 286억원을 횡령했고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은 넵스 비자금 40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S: 생활비, 대출이자 등 사용)
형제들은 100억원 이상을 총수일가에게 매달 또는 해마다 얼마씩 나눠주기도 했고 두산산업개발 유산증자를 위해 빌린 돈에 대한 이자 등으로 140억원을 썼는가 하면 박용욱 회장은 별도로 조성한 비자금 40억원을 사찰기부금과 생활비 등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박용만 전 부회장이 미국 뉴트라팍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800억원 가량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진정 내용 등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앵커-3] 이같은 혐의에도 불구하고 총수일가 전원을 불구속하는데 대해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텐데요.
[기자]
이번 사건과 관련해 30여명 넘게 관련자를 수사했지만 구속 기소된 총수 일가나 전문 경영인, 실무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S: 재벌수사 한계 드러내)
일선 수사팀은 법과 원칙을 내세워 박용성 전 두산그룹 형제 중 최소 1명은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검찰 수뇌부의 잇단 회동 결과 '전원 불구속'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벌 수사의 한계를 또 다시 드러낸 셈입니다.
검찰은 이같은 결정에 대해 국익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검찰은 박용성 전 회장이 사실상 외교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사로서 동계올림픽 유치나 IOC 총회 유치 등 현안이 많아 구속 수사하는 것은 국익에 심대한 손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들이 범죄사실에 대해 반성하며 수사에 적극 협조한데다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4]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비리를 양산해낸 두산, 두산그룹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두산그룹은 비상경영위원회를 본격 가동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오세욱 /두산 상무)
"이번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비상경영위원회 구성했습니다. 비상경영위원회는 기업내부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 노력하겠습니다"
(S: 지배구조개선 박차)
두산은 총수일가의 전원 불구속 결정이 나온 후 사장단 회의를 통해 유병택 부회장과 김대중 두산중공업 사장, 강태순 ㈜두산 관리본부 사장 등 핵심 계열사 사장 7명으로 구성된 비상경영위 위원들을 최종 확정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특히 두산은 SK처럼 사외이사 강화제나 LG의 지주회사제와 같은 것들을 모방하기보다 독자적인 두산만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LG처럼 지주회사제로 가기에는 시간이나 비용면에서 어려움이 많고 SK의 사외이사 강화제 또한 완벽하지 못해 이를 절충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유병택 비상경영위원장은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혁신적 지배구조체제를 확립해서 국민, 주주, 고객들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으로 새롭게 거듭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두산의 이같은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박용성 전 회장 등 3세들이 여전히 대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만큼
지배구조가 바뀌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지난 7월 '형제의 난'으로 촉발된 두산 비리 사태는 검찰이 총수 일가를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이미 땅에 떨어진 그룹의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한정원기자 jw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