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콜금리 왜 동결했나 .. "경기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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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대로 콜금리 목표치를 현 수준(연 3.50%)에서 동결했다.
경기 회복세가 유지되고는 있지만 설비투자 부진,고유가 등 각종 위험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일단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시장의 관심은 추가 인상 시기다.
박승 한은 총재는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신중한 속도'로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박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을 적어도 연내 추가 인상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기 회복 일단 지켜보자
박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년에는 5% 성장이 가능할 것이며 물가상승률은 당초 예상했던 3%보다 다소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콜금리를 인상하면서 내세웠던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 압력 고조라는 배경이 이달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그런데도 한은이 이날 콜금리를 동결한 것은 두 달 연속 콜금리를 올리는 데 대한 부담감과 설비투자와 건설경기가 최근 두 달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0%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건설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건설기성액도 9월 들어 전년 동월 대비 3.8% 증가에 그쳐 8월(5.0%)보다 증가세가 둔화했다.
지표경기가 회복됐다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도 콜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박 총재는 "내년에 5% 성장을 하더라도 체감경기는 그 정도 수준으로 나아지긴 힘들 것"이라며 "체감경기가 회복되려면 적어도 5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양극화 현상의 해소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연내 추가 인상 없을 듯
향후 콜금리 정책 운영 방향과 관련,박 총재는 "최소한 내년까지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 회복세를 감안해 중립 수준 근처까지는 금리를 올려 놓겠다"며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향후 추가 인상 시기와 관련해서는 "11월 말께 나오는 한은의 내년도 경제전망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전망 결과에 따라 다음 달에 올릴 수도,동결할 수도 있다는 모호한 표현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그러나 "금리 인상 기조를 신중한 속도로 구현하겠다"는 박 총재의 발언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이는 "향후 추가 인상 시기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하겠다"던 지난달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라는 평가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전체적인 통화정책 기조는 전달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면서도 "최소한 연내에 추가 인상은 없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준 삼성투신 수석연구원도 "'신중한 속도의 금리 인상'이라는 표현은 최근 시장금리 급등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추가 인상은 내년 2,3월께가 될 것이라는 게 시장 분위기"라고 전했다.
추가 인상 시점과 더불어 한은이 과연 콜금리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려 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지도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중립 금리 수준이 대략 4.0∼4.5%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경우 콜금리가 내년 말까지 최소한 4.0%까지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