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6자회담 이틀째인 10일 북한이 자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자산 동결 조치와 위조 달러 공모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북한의 돌출 발언으로 회담은 파행으로 진행됐으며 공동성명 이행 방안에 대한 논의 자체도 이뤄지지 못했다. 회담 참가국들은 이날 오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두 시간 동안 두 번째 전체회의를 열고 공동성명 이행 방안에 대한 각자의 구상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우리측은 공동성명의 내용이 구체적인 실천행동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 구축을 위한 첫 조치로 핵활동의 중단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지금은 북한이 원자로의 가동과 핵 재처리를 중단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 북한은 핵폐기 이행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미국이 지난달 "북한의 8개 기업이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지원한 혐의가 있다"며 이들 기업의 미국 내 자산에 대한 동결령을 내린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또 마약 판매 및 달러 위폐 공모 사건 등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북 압박 조치에 대해서도 해명과 함께 재발 방지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공동성명 이후 미국의 말과 행동에 북한이 전반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공동성명 이행 방안에 대한 논의는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회담 주제를 벗어난 돌출 발언으로 이날 전체회의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회담 관계자는 전했다. 의장국인 중국은 이날 오후 북한과 개별 양자협의를 갖고 회담 주제에 집중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각국 수석대표들을 초청,만찬을 열어 회담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회담 관계자는 "북한의 발언이 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이번 회담에서 공동성명 이행 방안을 위한 북·미 간 절충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류젠차오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회담이 아직(공동성명 이행방안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며 "이 틀이 정해져야 다음 단계로 실무그룹 구성 등 진전된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회담은 개막 사흘째인 11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의장국인 중국이 회담 성과를 담은 의장성명을 발표하고 공식 폐막된다. 북핵 5차회담 2단계 회의는 다음 달 속개될 전망이다. 베이징=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